6년 4개월 만의 만남, 그날의 전 과정. 부산 도착부터 트럼프의 ‘단독 회견’까지. 무엇을 얻고 무엇이 남았나?
2025년 10월 30일, 전 세계의 시선이 대한민국 부산으로 쏠렸다. 2019년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 이후 무려 6년 4개월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시 마주 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로 열린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격화일로를 걷던 양국의 무역 전쟁과 안보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을지, 아니면 극적인 봉합의 실마리를 찾을지 가늠하는 중대한 분수령이었다.
어제(10월 30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숨 가쁘게 진행된 그날의 모든 과정을 A부터 Z까지 상세하게 복기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10점 만점에 12점’이라 자평한 이번 회담의 성과와 남겨진 과제를 심층 분석한다..
세기의 담판 D-Day: 숨 가빴던 10월 30일 오전
회담은 공식적으로 오전 11시에 시작되었지만, 물밑의 움직임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시진핑 주석의 도착 (오전 10:30, 부산 김해국제공항):
시진핑 주석은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겸해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오전 10시 30분경, 시 주석의 전용기가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착륙했다. 2014년 이후 11년 만의 방한으로, 조현 외교부 장관 등 한국 측 고위 관계자들의 영접을 받으며 21발의 예포가 발사되는 등 최고의 예우를 받았다. 시 주석은 경주로 이동하기 전, 첫 번째 공식 일정으로 트럼프 통령과의 회담 장소인 김해공군기지 내 접견장 ‘나래마루(Naraemaru)’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동 (오전 9:35, 경주 -> 부산):
같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일정이 열리는 경주 숙소(힐튼호텔)에서 회담을 위해 부산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09:35: 전용 리무진 ‘더 비스트(The Beast)’를 타고 숙소 출발
09:43: 인근 헬기장에서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Marine One)’에 탑승
10:15~20: 약 40분의 비행 끝에 회담 장소인 김해국제공항에 도착, 시 주석과의 만남을 준비했다.
											6년 4개월 만의 악수: '나래마루'의 100분
오전 11시. 모든 준비는 끝났고, 두 정상이 회담장인 ‘나래마루’에서 역사적인 악수를 나누었다. 회담장에 입장하며 촬영된 기념사진 속 두 정상의 표정은 다소 굳어 있었지만, 6년 4개월 만의 대면이라는 무게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곧이어 기자단이 배석한 가운데 모두 발언이 시작되었다. 이 발언은 비공개 회담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였다.
트럼프 대통령 (기선 제압과 친분 과시):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시 주석을 ‘오랜 친구’이자 “위대한 나라의 위대한 지도자”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많은 것들에 동의했다”며 “오늘 좀 더 동의할 것”이라고 말해, 긍정적인 회담 결과를 자신했다. 또한 “오랜 기간 환상적인 관계를 가질 것”이라며 개인적인 유대감을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 (안정적 관리와 외교적 포석): 시 주석은 보다 신중하고 전략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여러 해가 지났지만 다시 만나 매우 따뜻한 감정을 느낀다”며, 그간 3차례의 전화 통화와 서신 교환으로 긴밀한 접촉을 유지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이 때때로 마찰을 겪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라고 갈등을 인정하면서도, “관계의 선장으로서 올바른 항로를 유지해야 한다”며 ‘안정적인 관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가자 지구 휴전 합의“를 이끌고 “캄보디아-태국 국경 평화 공동 선언문” 서명에 관여한 점을 공개적으로 높이 평가한 대목이다. 이는 회담의 분위기를 유화적으로 만들고, 주도권을 쥐려는 외교적 수사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그는 “양국 경제무역팀이 고무적인 진전과 기본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혀, 실무 협상이 이미 상당 부분 타결되었음을 시사했다.
											오후 1시경. 약 1시간 40분(100여 분)간 이어진 비공개 회담은 종료되었다. 두 정상은 나란히 회담장을 걸어 나왔고, 입구에서 잠시 대화를 나누며 악수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귓속말을 하고 시 주석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트럼프의 '12점짜리' 단독 회견
회담 직후, 두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이나 합의문 발표는 없었다. 시 주석은 곧바로 경주로 이동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1박 2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에어포스원에 탑승했다.
모두가 회담 결과를 궁금해하던 그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길에 오른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회담의 성과를 전격 공개했다.
다음은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합의 내용의 핵심이다.
총평: “놀라운(amazing) 회담”이자 “뛰어난(outstanding) 결정”들이었다. “0점에서 10점 만점에 12점을 주겠다.”
경제 및 무역:
펜타닐(Fentanyl): 시 주석이 펜타닐 전구체(precursors) 통제를 강력히 약속함에 따라, 미국은 펜타닐 관련 관세를 즉시 20%에서 10%로 인하한다. (이로써 전반적인 관세율이 57%에서 47% 수준으로 낮아짐)
농산물: 중국은 미국산 콩(soybeans)과 기타 농산물을 즉시, 막대한 양으로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희토류(Rare Earth): 중국이 예고했던 희토류 통제 방침에 대한 “장애물(roadblock)”이 완전히 제거되었다. (1년 합의, 연장 예상)
해운 조사: 중국 선박 건조에 대한 미국의 ‘섹션 301’ 조사는 협상 기간 동안 **연기(postpone)**한다.
반도체(Chips): 엔비디아(Nvidia) 등 칩 구매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는 양사 간의 문제지만 미국이 중재 역할을 할 것이다. (단, 최신 ‘블랙웰’ 칩은 논의 제외)
안보 및 국제 문제:
우크라이나: 양국이 전쟁 종식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강하게 합의했다.
대만(Taiwan): 논의되지 않았다(Not discussed).
향후 일정: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후 시 주석이 워싱턴 DC나 팜 비치를 답방할 것이다.
심층 분석: '공동 성명 없는' 회담의 의미
트럼프 대통령이 ’12점’을 주며 극찬한 것과 달리, 이번 회담의 형식을 주목해야 한다. 결국 ‘공동 합의문’이나 ‘공동 기자회견’은 없었다. 모든 성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발표를 통해 공개되었다.
이는 이번 회담이 양국의 구조적인 갈등을 해소하는 ‘전략적 대타협’이 아닌, 추가적인 파국을 막기 위한 ‘실무적 봉합’에 그쳤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하라는 실리를 챙기고(중국), 미국산 농산물 구매와 펜타닐 협조라는 명분을 얻었다(미국).
결국 ‘무역 전쟁의 완전한 종식’이 아닌 ‘일시적 휴전’에 합의한 것이다.
현재 AP, 로이터 등 서방 언론들은 ‘최악은 피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단기적 안정화’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중국의 SCMP 등은 시 주석의 ‘안정적 관계 관리’ 발언을 부각하고 있다. 일본 NHK 역시 ‘세기의 회담’이라 칭하며 세계 경제에 미칠 긍정적 신호에 주목하고 있다.
결론: 여전히 남은 숙제들
6년 4개월 만의 만남은 일단 추가 관세 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막았다. 하지만 ‘공동 성명’이 없었다는 점은, 양국이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힌 대만 문제, 그리고 기내 회견에서 언급된 미국의 핵실험 재개 문제 등은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는 뇌관이다.
어제(30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대한 중국 측의 공식 논평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이번 회담의 진정한 ‘성과’가 판가름 날 것이다. 관련 속보와 전문가들의 심층 분석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