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에 웨스팅하우스 지분 참여 제안 — 한미 원전 동맹의 구조가 바뀌나

미국 정부가 한국에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Electric Company)의 지분 투자 참여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경제는 8월 24일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미국 측이 한국에 웨스팅하우스 지분 공동 인수를 제안했으며, 산업통상부와 한국전력(015760)이 투자 구조와 재원 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전이 지분 인수 주체로 참여하고, 한미 통상협상 과정에서 조성되는 대미 전략투자 재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그러나 산업통상부는 이에 대해 공식 설명자료를 내고 “한·미 양국이 공동 출자하여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인수한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지분 인수 협상이 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보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원전 산업 재건 전략과 한국 원전 산업의 이해관계가 상당 부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왜 지금 웨스팅하우스에 집중하는가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5월 원자력 산업 재건을 위한 일련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그중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는 2030년까지 새로운 대형 원전 10기를 건설 중인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기존 원전의 출력 증강과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해 에너지부 금융지원 프로그램 등 연방정부의 정책 수단을 적극 활용하도록 지시했다.

이 계획은 단순한 에너지 정책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컴퓨팅 인프라의 급격한 전력 수요 증가를 국가안보와 산업경쟁력의 문제로 보고 있다. 원전은 대규모 기저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AI 인프라 확대 전략의 핵심 에너지원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가 핵심 기업으로 부상했다.

웨스팅하우스와 최대주주인 브룩필드, 카메코는 미국 정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내에서 최소 8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프로젝트에는 웨스팅하우스의 AP1000과 AP300 기술이 활용될 예정이다.

문제는 원전 기술보다 ‘건설 능력’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세계 원전 산업의 핵심 원천기술 기업이지만 미국은 수십 년 동안 대규모 신규 원전 건설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원전 EPC와 기자재 공급망의 상당 부분이 약화됐다.

미국이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를 동시에 추진하려면 설계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대규모 원전의 실제 시공, 프로젝트 관리, 기자재 공급망, 공정관리 역량이 필요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이 중요한 파트너로 떠오른다.

한국은 UAE 바라카 원전을 통해 대형 원전의 해외 건설 경험을 확보했고, 한전·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두산에너빌리티 등 원전 기자재 공급망까지 갖추고 있다.

한국경제는 미국 측의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 제안 배경에도 한국의 자본뿐 아니라 원전 시공 능력과 공급망을 미국 원전 건설에 끌어들이려는 전략적 판단이 있다고 분석했다.

웨스팅하우스의 현재 주인은 누구인가

웨스팅하우스는 현재 캐나다 브룩필드 계열이 51%, 우라늄 기업 카메코가 49%를 보유하고 있다.

카메코와 브룩필드는 2023년 웨스팅하우스 인수를 완료했다.

미국 정부와 브룩필드·카메코가 체결한 새로운 파트너십에는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미국 정부가 웨스팅하우스의 경제적 가치 상승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직접 대규모 원전 건설을 지원하는 동시에 웨스팅하우스 기업가치 상승에서도 일정한 경제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구조에 한국까지 지분 투자자로 참여할 경우 웨스팅하우스는 단순한 미국 원전기업이 아니라 미국의 기술·한국의 건설역량·글로벌 자본이 결합한 원전 플랫폼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는 무엇이 달라질까

한국 입장에서 웨스팅하우스 지분 확보가 실제로 추진된다면 가장 중요한 변화는 단순한 투자수익보다 원전 수출 구조 자체의 변화다.

한국 원전 산업은 웨스팅하우스와 오랫동안 원전 기술 및 지식재산권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어왔다.

2025년 1월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하고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에너지부 역시 당시 합의가 한미 양국의 글로벌 원전시장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합의 이후에도 한국 원전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와의 기술·사업 관계는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

만약 한국이 웨스팅하우스 지분까지 보유하게 된다면 관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존의 관계가

웨스팅하우스 기술 ↔ 한국 원전 수출 경쟁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웨스팅하우스 기술 + 한국 시공·기자재 + 미국 금융·정책 지원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생긴다.

이는 한국 원전 산업에는 상당히 큰 전략적 변화다.

한전이 지분 인수 주체로 거론되는 이유

보도에서는 한국전력(015760)이 지분 투자 주체 가운데 하나로 거론됐다.

한전은 과거 UAE 바라카 원전 사업의 총괄 사업자로 참여했으며, 한수원과 국내 원전 기자재 업체들을 묶어 해외 원전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는 단순 금융투자자보다 실제 원전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한전이 참여하는 것이 훨씬 의미가 크다.

다만 한전의 재무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웨스팅하우스 지분 취득 규모와 투자 조건이 불리할 경우 한국이 미국의 원전 건설 리스크와 자금 부담을 상당 부분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투자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이 무엇을 얻는가다.

핵심은 지분율보다 ‘반대급부’

한국이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에 참여한다면 협상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은 최소 네 가지다.

첫째, 한국 기업이 미국 신규 원전 건설에서 확보할 수 있는 EPC와 기자재 공급 물량이다.

둘째,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기존 기술·로열티 구조가 얼마나 개선되는가다.

셋째, 미국 외 제3국 원전시장 진출에서 한국 기업의 독자적인 사업 영역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가다.

넷째, 웨스팅하우스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투자수익과 한국이 부담해야 할 건설 리스크의 균형이다.

한국경제 역시 단순히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매입하는 데 그칠 경우 한국이 미국 원전 산업의 자금 조달과 프로젝트 위험만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팀 코리아’에서 ‘팀 코러스’로

이번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한국 원전 산업의 경쟁구도가 바뀔 가능성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APR1400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해외 원전 수출 전략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추진하는 대규모 원전 건설 프로그램에서는 웨스팅하우스 AP1000이 중심 기술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미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은 독자 원자로 공급자가 아니라 건설·기자재·프로젝트 관리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웨스팅하우스와 공동으로 제3국 원전시장에 진출하는 새로운 사업모델도 만들어질 수 있다.

이미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글로벌 원전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 구조를 논의해 온 만큼 완전히 새로운 개념도 아니다.

아직은 ‘확정된 거래’가 아니다

다만 현재 가장 중요한 사실은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가 확정된 거래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경제 등은 미국 측 제안과 한국 정부·한전의 검토 가능성을 보도했지만 산업통상부는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한전이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다”

거나

“한국이 미국 원전 프로젝트에 800억 달러를 투자한다”

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800억 달러는 한국의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 규모가 아니라 미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 측이 추진하는 미국 신규 원전 프로그램의 최소 투자 규모다.

한국이 검토 중인 것으로 보도된 것은 이 프로젝트와 연결된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 가능성이다.

결론

이번 논의의 본질은 웨스팅하우스 주식 몇 퍼센트를 한국이 취득하느냐가 아니다.

미국은 AI 시대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원전 산업을 다시 키우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약화된 원전 건설 공급망을 단기간에 복원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드문 대형 원전 건설 경험과 기자재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원전 기술의 핵심 기업이다.

따라서 앞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 구조는 분명하다.

미국의 금융·정책 지원

  • 웨스팅하우스의 원천기술
  • 한국의 원전 건설·기자재 공급 능력

이다.

실제 지분 투자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단순한 기업 투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난 수년간 지식재산권 문제로 경쟁과 갈등을 반복했던 한국과 웨스팅하우스가 미국의 원전 르네상스를 함께 수행하는 하나의 산업 플랫폼으로 묶일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입장에서는 한 가지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 원전 건설의 비용과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대가로 한국 원전 산업은 무엇을 확보할 것인가.

웨스팅하우스 지분율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향후 한미 원전 협력의 실질적인 가치를 결정할 것이다.

경영혁신 전문가 & 지정학 전략 분석가

지도로 보는 지정학,역사,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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