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00년 전부터 18,000년 전까지, 동경 127°에서 읽는 서해랜드의 여름 바람
최종빙기 최성기(LGM, Last Glacial Maximum)는 약 26,500~19,000년 전, 대륙을 덮은 거대한 얼음층인 빙상이 가장 넓게 퍼졌던 시기다. 북아메리카에서는 로렌타이드 빙상이 오늘날 캐나다의 상당 부분과 미국 북부를 덮었다. 북유럽에서는 페노스칸디아 빙상이 스칸디나비아반도를 중심으로 주변 평야까지 뻗어 있었다.
바다에서 증발한 물은 육지에 눈으로 내렸다. 여름에도 다 녹지 않은 눈이 해마다 쌓이고 눌리면서, 바다로 돌아갈 담수가 빙상 속에 얼음으로 저장됐다. 이처럼 전 세계 육지에 많은 물이 묶이면서 당시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지금보다 약 120m 낮았다. 그 결과 한반도 서쪽의 얕은 대륙붕이 물 밖으로 드러났다. 이 글은 최성기 말부터 빙상이 물러나기 시작한 무렵까지, 22,000~18,000년 전 그 땅 위로 불던 여름 바람을 따라간다.
오늘날의 서울을 지도에서 찾은 뒤 서쪽으로 눈을 돌려 보자. 약 21,000년 전의 해안선을 복원하면 지금은 바다인 곳에 넓은 땅이 나타난다. 이 글에서 ‘서해랜드’라고 부르는 곳이다. 오늘날 바다로 흘러드는 강들 앞에는 당시 드러나 있던 대륙붕이 이어진다. 지도에는 그 위를 흘렀을 것으로 추정한 옛 물길과 요동만의 고호수 후보도 표시했다.
그 땅 위로 여름 바람은 어디까지 올라왔을까? 한반도를 지나는 동경 127°를 따라 기후모델의 바람을 추적하면, 약 2만 년 전에도 그 경계는 남북으로 움직였다. 약 20,350년 전에서 18,450년 전 사이에는 두 시점의 차이가 약 300km에 이른다. 그 사이에 어떤 움직임이 있었는지, 먼저 지도에서 살펴보자.
옛 물길 위로 움직이는 선
지도 1. 최종빙기 서해랜드와 동아시아 여름 몬순의 바람 경계. 해안선과 고수계는 약 21,000년 전 배경으로 고정했다. 북경·서울 등 현대 도시는 위치를 가늠하기 위한 기준점이다.
재생을 누르고 동경 127° 점선을 보자. 청록색 선은 약 22,000년 전의 출발 위치이고, 재생과 함께 나타나는 선은 선택한 시기의 경계다. 두 선이 같은 경도에서 얼마나 떨어지는지 보면, 지도의 기울어진 곡선을 눈대중으로 비교할 때보다 남북 이동이 잘 보인다. 지도 위쪽의 ‘중기 홀로세’와 ‘산업화 이전’ 선은 훨씬 뒤 시대의 비교선이다.
여기서 경계란 6~8월 평균 바람의 남북 방향 성분이 850 hPa 기압면에서 0이 되는 지점을 연결한 선이다. 바람이 동쪽이나 서쪽으로 불더라도 남북 성분은 0일 수 있다. 이 기준을 고정하면 서로 다른 시대의 여름 바람을 같은 방식으로 비교할 수 있다. 강수대가 어디까지 뻗었는지는 강수 자료로 따로 살펴야 한다.
한반도 경도에서 드러난 세 번의 전환
지도에서 동경 127°와 경계선이 만나는 지점 하나만 남기고, 가로축에 시간, 세로축에 위도를 놓으면 아래 그래프가 된다. 가로축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최근이고, 선이 위로 올라갈수록 경계가 북쪽에 있었다는 뜻이다. BP는 1950년을 기준으로 몇 년 전인지를 나타낸다.
그래프 2. 동경 127°의 여름 바람 경계 위도. 가는 선은 30년 평균을 10년 간격으로 산출한 398개 값이고, 굵은 선은 인접한 11개 시점의 중심 이동평균이다. 표시 연대는 평균 구간의 중심이므로 해당 연도 한 해의 날씨를 뜻하지 않는다.
굵은 선을 따라가면 20,615년 전에 경계가 북위 38.82°에서 남쪽으로 돌아선다. 20,345년 전에는 37.96°까지 내려왔다. 두 시점 사이 약 270년 동안 남쪽으로 약 95km 이동한 셈이다.
여기서 방향이 다시 바뀐다. 그 뒤 약 1,890년 동안 오르내림을 거치면서 18,455년 전에는 북위 40.70°에 이른다. 저점에서 고점까지 북쪽으로 약 305km다. 이후 굵은 선은 다시 아래로 향한다. 세 연대는 이동평균이 반대 방향으로 0.75° 이상 움직인 것을 확인해 고른 전환점이다.
지도와 그래프를 번갈아 보면 한 가지 차이가 눈에 띈다. 지도는 시작·끝과 세 전환점, 모두 다섯 시기의 선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 보여준다. 그래프에는 그 사이의 작은 오르내림까지 남아 있다. 같은 두 시점을 골라도 지도에 쓰인 30년 평균선의 차이는 약 302km, 그래프의 굵은 이동평균선 차이는 약 305km다. 두 값 모두 동경 127°에서의 남북 거리다.
약 6,000년 전에는 어디까지 올라갔을까?
다시 지도의 동경 127°를 보자. 이번에는 움직이는 빙기 선에서 눈을 들어 ‘중기 홀로세’라고 적힌 고정선을 찾는다. 같은 TraCE-21ka 모델에 같은 여름 바람 기준을 적용하고 각 시대를 100년씩 평균하면, 이 경도에서 다음 세 위치를 얻는다.
| 비교 시대 | 동경 127°에서의 경계 위도 |
|---|---|
| 최종빙기, 약 21,000년 전 | 북위 38.13° |
| 홀로세 중기, 약 6,000년 전 | 북위 47.83° |
| 산업화 이전 | 북위 46.57° |
홀로세 중기의 경계는 최종빙기보다 위도로 약 9.7°, 거리로 약 1,080km 북쪽에 있었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도 약 140km 북쪽이다. 앞에서 본 300km는 빙기 안의 두 전환점 사이 거리다. 여기서 본 1,080km는 약 15,000년을 사이에 둔 두 시대의 평균 위치 차이다. 이 표만으로 그 사이의 경계가 어느 속도로, 어떤 경로를 따라 움직였는지까지 알 수는 없다.
그렇다면 오늘날과 비교하면 어떨까?
지도의 ‘산업화 이전’은 과거 기후모델의 한 시기다. 오늘날과 비교하려면 관측과 모델을 결합해 대기 상태를 추정한 현대 재분석 자료를 별도로 살펴야 한다. GeoStory는 NCEP/NCAR 재분석의 1981~2010년 평균에서도 여름철 850 hPa 남북바람이 0이 되는 선을 조사했다. NOAA PSL 재분석 자료
어려운 점은 남북바람이 0이 되는 선이 여러 곳에 생긴다는 것이다. 앞선 현대 분석에서는 동경 127.5°, 북위 57.5~60° 구간을 지나는 선을 골랐다. 선택 과정에 이미 북쪽 위치가 조건으로 들어 있으므로, 그 결과로 현대 몬순 경계가 홀로세 중기보다 북쪽이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현재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순서는 동경 127°에서 홀로세 중기, 산업화 이전, 최종빙기 순으로 북쪽에 있었다는 것이다. 현대의 위치는 동일한 선 선택 규칙으로 재분석한 뒤 비교할 수 있다.
서해랜드 지도에서 옛 물길은 같은 자리에 머물고, 여름 바람의 경계는 그 위를 오간다. 슬라이더를 약 20,350년 전에서 약 18,450년 전으로 옮겨 보자. 같은 강과 같은 경도를 기준점으로 삼으면, ‘약 300km 북상’이라는 숫자가 지도 위에서 어느 만큼의 거리였는지 눈으로 읽을 수 있다.
자료와 제작
LGM의 시기 — Clark 외(2009)는 대륙 빙상의 확장과 후퇴 시기를 종합해 최성기의 범위를 추정했다. The Last Glacial Maximum, Science
해수면 — 본문의 약 120m는 규모를 설명하는 어림값이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는 최성기의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을 현재보다 125~134m 낮게 평가한다. IPCC 제1실무그룹 보고서 제9장, 표 9.6
기후 원자료 — NCAR GDEX의 TraCE-21ka 월별 대기 자료 중 남북바람(V)과 지표기압(PS)을 사용했다. 동경 127°의 경계 추출과 전환점 분석은 GeoStory가 수행했다. TraCE-21ka 공식 자료 및 DOI
지도 — 해안선은 GSHHG, 현대 하천은 Natural Earth와 © OpenStreetMap contributors(ODbL)를 사용했다. 서해랜드 복원 배경, 고수계·고호수 후보 표시와 인터랙티브 시각화는 GeoStory가 제작했다. GSHHG · Natural Earth · OpenStreetMap 저작권 표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