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굳건히 유지되어 온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의 간판이 내려졌다.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은 공격적인 이름의 ‘전쟁부(Department of War)’. 이 역사적인 변화 직후, 전 세계에서 미군 장성 800명이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 집결했다.
전쟁부의 탄생은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군의 목표와 문화, 심지어 병사 한 명 한 명의 정신까지 바꾸겠다는 대대적인 혁명의 시작으로 평가된다. 과연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일까? 그 충격적인 계획의 전모를 들여다본다.
오직 '전쟁 준비와 승리'를 위하여
콴티코에 모인 800명의 미군 최고 지휘관들. 그들 앞에 선 피트 헤그세스 신임 전쟁부 장관은 연설의 첫머리부터 군의 존재 이유를 다시 정의했다. 1947년 이후 사라졌던 ‘전쟁부’의 부활과 함께, 그 유일한 임무는 ‘전쟁 준비와 승리’ 뿐이라고 못 박았다.
‘힘을 통한 평화’라는 기치 아래, 적의 도발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으로 응징해 완전히 분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러한 공격적인 기조가 역설적으로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 주장하며, 지난 수십 년간 군을 잘못 이끌어 온 정치인들에게 변화의 책임을 돌렸다.
과거와의 단절을 위해, 그는 군 내부 문화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을 예고했다. 소위 ‘깨어있는 이념(Woke Ideology)’을 ‘유해한 쓰레기’로 규정하고 완전한 제거를 선언했다. 그의 핵심 철학은 “인사가 곧 정책”. 지휘관들에게 “자신의 자녀를 군에 보낼 수 있겠는가?”라는 ‘황금률 시험’을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하며, 전투 병과의 모든 요건을 타협 없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되돌리라고 지시했다.
변화는 훈련소에서부터 시작된다. 신병 훈련을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리고, 교전 규칙을 완화해 전사(Warrior)들의 전투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통념과는 거리가 먼, 오직 전투에만 집중하는 집단의 부활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 그리고 군대의 국내 투입 구상
헤그세스 장관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같은 자리에서 연설을 통해 이번 개혁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전쟁부’로의 복귀를 환영하며, 과거 ‘국방부’로 이름이 바뀐 것 자체가 문제의 시작이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첫 임기 동안 군대를 재건한 것을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꼽으며, 앞으로는 그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이러한 강력한 군대의 기본 원칙으로 ‘능력주의‘를 다시 한번 천명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은 군의 역할을 국내 문제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는 불법 이민 문제를 ‘내부로부터의 침공’ 으로 규정하고, 군인들에게 새로운 대응 규칙을 부여했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내부로부터 터져 나온 경고: "충격적이고 모욕적이다"
하지만 이처럼 강력하고 때로는 과격하게 들리는 행정부의 구상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은 물론 군 내부에서조차 심각한 우려와 함께 날 선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예비역 육군 사령관인 마크 허틀링 중장은 이번 행사를 한마디로 **”충격적이고 모욕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연단 뒤에 걸린 거대한 성조기가 영화 ‘패튼’의 한 장면을 흉내 낸 듯한 연출이라고 꼬집으며, 트럼프의 연설은 “거짓으로 가득 차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허틀링 중장은 특히 “자신이 평생 복무했던 군 장병들이 마치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나 ‘Woke’ 정책 덕에 진급한 것처럼 매도당하는 것에 모욕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미군이 세계 최고인 이유는 잘 훈련되고 규율이 잡혀 있으며, 헌법에 충성하기 때문”이라며 군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비판은 다른 전문가들의 지적과도 궤를 같이한다.
법률 전문가들: “우리가 선택하는 모든 전쟁에서 이기겠다”는 선언이 국제법을 무시하는 위험한 신호이며, 군을 국내 도시에 투입하겠다는 발상은 실정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경고한다.
정치 분석가들: 군의 ‘비정치성’ 원칙이 훼손될 것을 우려한다. 이전 행정부를 비난하고 정책에 반대하면 사임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군을 정치적 충성 경쟁의 장으로 변질시켜 내부 결속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허틀링 중장은 더 나아가, 막대한 비용과 보안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진지하지 않은 회의”를 연 이유를 모르겠다며 행사 개최 목적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금전적 비용을 넘어, 전 세계가 미국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더 큰 비용을 치르게 할 것이라는 경고다.
혁신인가, 위험한 도박인가?
강력한 미국’을 재건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 이면에는,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군을 정치화하며 현실을 오판할 수 있다는 심각한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전투력 극대화를 위해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혁신론’**과, 미군이 지켜온 법적, 군사적 원칙을 훼손하는 ‘위험한 도박’이라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전쟁부’의 출범이 앞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전 세계 안보 지형에 어떤 태풍을 몰고 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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