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낸시 펠로시 방문 이후, 중국의 대만 전략은 어떻게 ‘완성’되었나?
동아시아에서는 연간 2조 7,200억 달러(약 3,912조 원)를 국방비로 쏟아붓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국방비 지출의 약 18.5% 에 해당한다. 미국의 총 국방비 9,970억 달러(약 1,400조 원) 중 인도-태평양 사령부에 약 1/4이 배정된다고 가정하면, 약 460조 원이 이 지역에 투입된다. 이를 합산하면, 동아시아에서는 매년 4,300조 원 이상의 돈이 전쟁을 대비해 쓰이고 있다. 5년만 누적해도 2만 조 원(2경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중국은 대륙 국가이지만 림랜드(Rimland)에 위치해 있다. 베이징에서 지도를 펼쳐 태평양을 바라보면, 중국의 답답한 안보 현실이 드러난다. 14,500km의 해안선이 있지만, 태평양으로 나가는 길목은 ‘제1도련선(일본-대만-필리핀)’이라는 섬들의 사슬에 의해 완벽하게 가로막혀 있다.
재래식 해군력으로는 이 포위망을 단기간에 뚫을 수 없음을 깨달은 중국은, 포위망을 뚫는 대신 적을 쫓아내는 비대칭 전략을 선택했다. 그것이 바로 A2/AD다.
지난 분석에서는 중국의 A2/AD(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의 개념을 다루었다.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전략 기조는 과거의 대규모 상륙작전 중심에서 ‘제1도련선 통합봉쇄’라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막대한 비용과 리스크가 동반되는 상륙 대신, 중국은 왜 ‘봉쇄’로 선회했는가? 그리고 이 시나리오는 현재 어느 단계까지 완성되었는가?
본고에서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의 결정적 사건과 군사 훈련, 그리고 무기체계의 진화를 통해 중국의 대만 봉쇄 전략이 어떻게 실전적인 군사 옵션으로 완성되었는지 심층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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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쇠: 2022년 8월, 전략의 변곡점
중국이 ‘통합 봉쇄’로 전략을 급선회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었다. 미국 측은 이 방문이 민주주의에 대한 연대 표명이며 ‘하나의 중국’ 정책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으나, 중국의 해석은 달랐다.
시진핑 주석은 “불장난을 하는 자는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 방문을 미국의 ‘현상 유지’ 파기이자 명백한 주권 침해로 규정했다. 중국은 이 정치적 위기를 군사적 기회로 활용했다. 미·중 간 8개 핵심 군사 대화 채널을 단절함과 동시에, 대만을 사방으로 포위하는 6개의 훈련 구역을 선포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11발의 둥펑(DF) 계열 탄도 미사일이 대만 상공을 가로질러 발사되었고, 1950년대부터 미군에 의해 설정되어 양안 간의 암묵적 완충지대 역할을 해오던 ‘대만 해협 중간선(Median Line)’은 사실상 지도에서 지워졌다. 과거에는 정치적 신호로만 간헐적으로 침범하던 이 선을, 2022년 8월 이후 PLA 전투기들이 일상적으로 넘나들기 시작하며 대만 해협의 ‘새로운 현상(New Normal)’이 고착화된 것이다.
데이터로 본 위협: ADIZ와 해협 중간선의 무력화
‘새로운 현상’의 실체는 데이터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우선 **방공식별구역(ADIZ)**과 해협 중간선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ADIZ는 영공과는 다른 개념으로, 국가 안보를 위해 설정한 식별 구역이다. 대만의 ADIZ는 역사적 이유로 중국 본토 일부까지 포함할 만큼 넓지만, 핵심은 해협 중앙에 위치한 ‘중간선’이다. 중국 군용기가 이 선을 넘는다는 것은 대만의 방어 공간 깊숙이 침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략의 진화: A2/AD의 방패와 합동봉쇄의 창
대만 국방부(MND)의 자료를 바탕으로 2020년 9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PLA 군용기의 대만 ADIZ 침범 추이를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난다.
두 번의 폭발적 급증: 그래프 상에는 두 개의 거대한 봉우리가 관측된다. 첫 번째는 2022년 8월 펠로시 방문 직후로 월 446회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번째는 2024년 5월 라이칭더 총통 취임 직후로, 월 437회까지 다시 폭증했다.
기저선(Baseline)의 변화: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벤트 이후의 평균치다. 펠로시 방문 이전과 비교해 현재 PLA는 월평균 300회 이상을 상시적으로 침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무력 시위가 아니다. 중국이 A2/AD 전략과 합동봉쇄 훈련을 통해 대만 해협을 안방처럼 사용하며, 실질적인 작전 구역으로 만들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봉쇄 전략의 4단계 진화 (2022-2025)
시진핑 주석이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2027년 준비 완료’ 시한에 맞춰, PLA의 훈련은 매년 명확한 진화 단계를 밟아왔다.
1단계 (2022년): 충격과 포위
첫해의 목표는 포위망 구축과 중간선 무력화였다. J-20 스텔스기, H-6K 폭격기, PCH-191 장사정 로켓 등 최신예 자산을 총동원해 대만 전역을 타격권에 두었음을 과시했다.
2단계 (2023년): 항모의 등장과 외부 차단
2023년 4월 ‘Joint Sword’ 훈련에는 항공모함 ‘산둥함’ 전단이 투입되었다. 주목할 점은 산둥함의 위치가 대만 동쪽 필리핀해였다는 것이다. 이곳은 대만의 전략 예비 전력이 보존되는 곳이자 미군 증원 함대의 주 진입로다. 산둥함은 이곳에서 J-15 함재기를 120회 이상 출격시키며, 대만 동부 타격(봉쇄)과 미군 차단(A2/AD)을 동시에 수행할 능력을 입증했다.
3단계 (2024년): 회색지대와 양면 전술의 완성
2024년 5월과 10월의 훈련에서는 중국 해경(CCG)이 전면에 등장했다. PLA가 군사적으로 포위하는 동안, 해경은 외곽 도서에서 ‘법 집행’을 명분으로 한 검문·검색 훈련을 병행했다.
특히 10월 ‘Joint Sword-2024B’ 훈련에서는 랴오닝 항모 전단과 1만 톤급 해경선(2901함)이 동원되어 새벽 기습과 야간 전개를 포함한 역대 최대 규모의 훈련을 감행했다. 동시에 중국은 ‘평화 통일’을 언급하며 유화적인 선전전을 병행하는 ‘양면 전술’을 구사했다. 이는 군사적 압박으로 대만 정권을 고립시키고, 정치적 회유로 대만 내부를 분열시키려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4단계 (2025년): 전략의 전환, '스트레이트 썬더'
2025년 4월 실시된 ‘스트레이트 썬더(Strait Thunder,해협천둥)-2025A’ 훈련은 중대한 전략적 전환을 시사한다.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 파파로 제독이 지적했듯, 이는 단순 훈련이 아닌 ‘전쟁 예행연습’이었다.
중국은 고위험군인 ‘상륙’ 대신, ‘봉쇄와 정밀 타격’을 제1 옵션으로 격상시켰다. 훈련의 하이라이트는 대만 최대 LNG 수입항인 가오슝 ‘융안(Yongan) 천연가스 터미널’에 대한 모의 정밀 타격이었다. 대만의 천연가스 비축량이 약 15일에 불과하다는 약점을 노려, 상륙 없이도 에너지 생명선을 끊어 대만을 굴복시키겠다는 시나리오를 리허설한 것이다.
다영역 아키텍처: 시스템 대 시스템의 대결
중국은 이 봉쇄망을 뚫고 들어오려는 미 항모전단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여기에는 ‘이중의 함정’ 이라 불리는 치명적인 무기 체계가 존재한다.
제1 함정: 전략적 거부 (방패) ‘항모 킬러’로 불리는 DF-21D 대함 탄도 미사일과 극초음속 활공 미사일 DF-17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1,500km 밖에서 미 항모의 접근 자체를 억제(Deter)하는 역할을 한다.
제2 함정: 전술적 포화 공격 (창) 만약 항모가 접근한다면, YJ-18(구축함/잠수함 발사)과 YJ-12(폭격기/전투기 발사) 순항 미사일이 쏟아진다. 이 미사일들은 종말 단계에서 초음속으로 가속하며, 수백 발이 동시다발적으로 날아드는 ‘포화 공격(Saturation Strike)’을 통해 이지스 방어망을 무력화하고 항모를 격침시킨다.
게임 체인저: 푸젠함의 등장과 대양 해군
이러한 전략의 정점은 2025년 11월 5일,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Fujian)‘의 취역으로 완성되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주관한 취역식에서 공개된 푸젠함은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 유일의 전자기 캐터펄트(EMALS) 탑재 항모다.
기존 스키 점프대 방식의 한계를 넘어 무거운 함재기를 더 자주 띄울 수 있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고정익 조기경보기인 KJ-600의 운용이 가능해졌다. 이는 항모 전단이 독자적인 ‘하늘의 지휘소’를 갖추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대만 동부 서태평양에 전개될 푸젠함 전단은 대만의 퇴로를 끊고 미·일의 접근을 막는 A2/AD의 핵심 전력이자, 중국이 진정한 ‘대양 해군’으로 도약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결론: 완성된 위협과 다가올 미래
2022년부터 2025년까지의 과정을 복기해보면 중국의 의도는 명확하다. 중간선을 지우고(2022), 항모로 개입을 차단하며(2023), 해경을 통한 회색지대 전술을 완성하고(2024), 에너지 시설 타격 능력을 검증했다(2025). 그리고 푸젠함 취역으로 하드웨어적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중국의 합동봉쇄는 단순한 계획이 아닌, 언제든 실행 가능한 군사 옵션이 되었다. 이는 훈련을 위장한 기습 봉쇄의 가능성과, 군사·경찰이 혼재된 회색지대 도발이라는 풀기 어려운 딜레마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중국이 봉쇄에 집중한다고 해서 ‘상륙’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륙 작전은 AI와 로봇 기술을 만나 더욱 기이하고 치명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2025년 11월, 대만 상륙 주력부대인 제72집단군은 충격적인 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병사 대신 AI가 탑재된 ‘로봇 늑대(사족보행 UGV)’가 상륙 돌격의 선봉에 선 것이다. 이는 중국의 도서 상륙 교리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 분석에서는 이 ‘AI 로봇 군단’의 상륙 전술과 그 의미를 집중적으로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