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경 원의 전쟁 준비, 640만 대군의 대치… 동아시아는 왜 화약고가 되었나?”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 중국 A2/AD와 대만 봉쇄의 진실”
지도 한 장에 숨겨진 23억의 무게
위의 지도는 단순한 지리적 경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몇 가지 숫자를 대입해보면, 동아시아(동남아시아 포함)가 세계의 중심축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압도적인 인구와 경제의 축
이곳에는 약 23억 4천만 명이 살고 있다. 세계 인구의 28.6%이며, 인구 대국인 인도를 제외하더라도 전 세계 인구의 약 34.8%가 이 좁은 지역에 밀집해 있다.
경제력 또한 막강하다. 2025년 IMF 추정치 기준, 글로벌 GDP의 26%가 동아시아에서 창출된다. 이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26.1%)과 대등한 수준이며, EU 27개국(12.5%)을 압도한다. 영국과 스위스 등 비회원국을 합친 범유럽(약 21%)조차 동아시아의 경제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다.
세계의 공장이자 첨단 기술의 심장
제조업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WTO의 2024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동아시아는 전 세계 교역량의 48% 를 차지한다. “전 세계의 공장이 다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 애플, 샤오미 등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TV, 세탁기,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 심지어 입고 다니는 의류까지 대부분 이 지역산이다.
단순 제조를 넘어 첨단 기술의 패권도 이곳에 있다.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의 70~80% 가 동아시아에서 생산된다. 미래 산업의 핵심인 로봇(Robot)과 AI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적용되는 현장 또한 바로 이 지역이다.
거인의 아킬레스건: 지정학적 분열
이렇게 압도적인 경제력과 기술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의 국제적 위상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지정학적 분열‘에 있다. 지도를 다시 보면, 동아시아는 크게 세 개의 세력으로 쪼개져 있다. 첫째, 거대한 대륙 세력인 G2 중국. 둘째, 해양 세력인 G1 미국과 그 동맹들(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셋째, 그 사이에서 전략적 줄타기를 하는 아세안(ASEAN)이다.
미국이 이 지역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악몽은 단연 ‘이 세 덩어리가 하나로 뭉치는 것‘이다. 인구와 경제력, 기술력을 갖춘 동아시아가 단일 대오를 형성하는 순간, 미국의 패권을 압도하는 초강대국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외교 정책의 근간은 동아시아 세력이 결코 하나로 뭉치지 못하게 견제하고 분할하는 데 맞춰져 있다.
세계 최대의 화약고: 돈은 넘치고 칼날은 날카롭다
화려한 경제 지표의 이면에는 서늘한 칼날이 숨겨져 있다. 스톡홀름 국제 평화 연구소(SIPRI)의 2024년 집계는 이 지역이 평화롭지 않음을 증명한다.
천문학적 국방비: 전쟁은 '상수'다
동아시아 국방비 (미국 제외): 이 지역 국가들은 연간 2조 7,200억 달러(약 3,912조 원)를 국방비로 쏟아붓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국방비 지출의 약 18.5% 에 해당한다.
미국의 투사 비용: 미국의 총 국방비 9,970억 달러(약 1,400조 원) 중 인도-태평양 사령부에 약 1/4이 배정된다고 가정하면, 약 460조 원이 이 지역에 투입된다.
전쟁 준비 비용: 이를 합산하면, 동아시아에서는 매년 4,300조 원 이상의 돈이 전쟁을 대비해 쓰이고 있다. 5년만 누적해도 2만 조 원(2경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이토록 막대한 자본이 국방에 배정된다는 것은, 미·중 양 진영 모두 동아시아에서의 전쟁을 ‘일어날지도 모르는 변수’가 아니라 ‘반드시 대비해야 할 상수’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640만 대군이 집결한 최전선
병력 밀집도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재 동아시아에는 약 631만 명의 상비군과 주둔 미군을 포함해 총 640만 2천 명의 병력이 대치하고 있다.
| 국가 | 상비병력 | 미군 | 합계 |
|---|---|---|---|
| 중국 | 약 203만 명 | - | 약 203만 명 |
| 북한 | 약 128만 명 | - | 약 128만 명 |
| 한국 | 약 45만 명 | 약 28,500명 | 약 478,500명 |
| 일본 | 약 22.7만 명 | 55,000명 | 약 28.2만 명 |
| 대만 | 약 17만 명 | - | 약 17만 명 |
| 필리핀 | 약 15만 명 | 500여 명 | 약 15만여 명 |
| 아세안 | 약 200만 명 | - | 약 200만 명 |
| 총계 | 약 631만 명 | 약 9.1만 명 | 약 640만 명 |
전략의 탄생: 림랜드의 숙명과 A2/AD
중국은 이 막대한 국방비와 병력을 어디에 쓰고 있는가? 그 답은 지리적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칭 전략, A2/AD(반접근/지역거부)에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림랜드(Rimland)’라는 지정학적 개념을 알아야 한다.
림랜드(Rimland)란 무엇인가?
지정학자 니콜라스 스파이크먼(Nicholas Spykman)이 주창한 개념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자리(유럽~중동~인도~동아시아)를 뜻한다. 그는 “림랜드를 지배하는 자가 유라시아를 지배하고, 세계를 지배한다”고 예견했다. 이곳은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충돌하는 ‘양서류적 공간’이다.
중국은 거대한 대륙 국가이지만 림랜드에 위치해 있다. 베이징에서 지도를 펼쳐 태평양을 바라보면, 중국의 답답한 안보 현실이 드러난다. 14,500km의 해안선이 있지만, 태평양으로 나가는 길목은 ‘제1도련선(일본-대만-필리핀)’이라는 섬들의 사슬에 의해 완벽하게 가로막혀 있다.
재래식 해군력으로는 이 포위망을 단기간에 뚫을 수 없음을 깨달은 중국은, 포위망을 뚫는 대신 적을 쫓아내는 비대칭 전략을 선택했다. 그것이 바로 A2/AD다.
A2/AD의 정의와 개념
A2/AD는 ‘반접근(Anti-Access, 反接近)’과 ‘지역거부(Area Denial, 地域拒否)’의 합성어다. 중국 인민해방군(PLA) 내부에서는 이를 ‘반개입(Counter-Intervention, 反介入)’ 전략이라 칭한다. 이 두 개념은 비슷해 보이지만, 작전의 거리와 목표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다.
반접근 (A2, Anti-Access, 反接近): "아예 들어오지 마라"
개념: 적의 군사력(특히 미군의 증원 전력)이 분쟁 지역(전구)으로 들어오는 것 자체를 차단하는 장거리 전략이다.
목표: 미 본토나 하와이, 괌에서 출발하는 항모전단이나 공군력이 제2도련선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막는다.
수단: 사거리 1,000km 이상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DF-26, DF-21D과 전략 폭격기(H-6K)가 사용된다.
비유: “적의 집 대문 자체를 걸어 잠그는 것.”
지역거부 (AD, Area Denial, 地域拒否): "들어오면 죽는다"
개념: 적이 방어선을 뚫고 들어왔을 때, 그 안에서의 군사 행동을 극도로 제약하고 위험하게 만드는 단거리/중거리 전략이다.
목표: 제1도련선 내(대만 해협, 남중국해)에 진입한 적 함정과 항공기의 자유로운 기동을 방해하고 격멸한다.
수단: 잠수함, 기뢰, 단거리 대함 미사일(YJ-18), 통합방공망(S-400) 등이 사용된다.
비유: “마당에 들어온 도둑이 움직이지 못하게 덫과 맹견을 풀어놓는 것.”
결국 A2/AD의 핵심은 완벽한 방어가 아니다. 미군에게 “이 지역에 들어오려면 감당할 수 없는 사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공포를 심어주어 개입을 주저하게 만들거나(억지), 개입하더라도 병력 전개가 지연되는 사이 대만 점령 등의 목표를 달성하여 상황을 종료시키는(기정사실화) 것이다.
다영역 아키텍처: 시스템 대 시스템의 대결
중국의 전략은 단일 무기가 아닌 감시, 지휘, 타격이 결합된 ‘시스템 대 시스템’의 대결이다.
항모 킬러와 괌 킬러
PLA는 미사일 사거리에 따라 도련선별 타격 목표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 무기체계 | 유형 | 사거리 | 주요 목표 (도련선) |
|---|---|---|---|
| DF-17 | 극초음속(HGV) | 1,800 ~ 2,500 km | 제1도련선: 미군 MD(사드/이지스) 무력화 |
| DF-21D | ASBM | ~ 1,550 km | |
| DF-26B | IRBM / ASBM | 4,000 km 이상 | 제2도련선: 괌 기지 및 항모 ("Guam Killer") |
| YJ-18 | ASCM | 220 ~ 540 km | 제1도련선: 이지스함 방공망 돌파 (종말 초음속) |
방어망 파괴자와 수중 만리장성
여기에 더해 극초음속 활공체인 DF-17은 미군 방어망의 ‘문지기’ 역할을 하며, ‘수중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해저 센서망과 조용한 AIP 잠수함(039형)은 얕은 바다에서 미군 잠수함을 위협한다. 이 모든 것은 우주와 사이버 공간을 통제하는 정보지원부대(ISF)의 ‘킬 체인’ 지원 하에 작동한다.
실전 시나리오: 대만 봉쇄와 상륙
이 모든 전력이 향하는 1차 목표는 대만이다. PLA는 A2/AD 우산 아래에서 두 가지 공세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시나리오 1: 합동 봉쇄 작전 (Joint Blockade)
대만을 말려 죽이는 전략이다. 해경과 민병대를 동원한 제한적 검문검색부터, 기뢰를 부설하고 미사일로 위협하는 전면적 봉쇄까지 다양한 옵션이 존재한다. 이는 대만의 경제를 질식시키고 외부 지원을 차단한다.
시나리오 2: 합동 상륙 작전 (Joint Island Landing)
가장 위험한 도박이자 2027년 목표의 핵심이다.
화력 타격: 수천 발의 미사일로 대만의 눈(레이더)과 귀(통신)를 마비시킨다.
교두보 확보: 외곽 도서를 점령하고 해협을 확보한다.
도해 및 상륙: 민간 페리선까지 징발하여 대규모 병력이 해협을 건넌다.
도시전: 상륙 후에는 처절한 시가전이 전개된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아시아는 경제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번영한 곳이지만, 군사적으로는 4,300조 원의 전쟁 비용과 640만 병력이 대치하는 거대한 화약고다.
중국의 A2/AD 전략은 림랜드의 지리적 딜레마를 기술과 물량으로 극복하려는 시도이며, 이는 미국이 서태평양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만들겠다는 공세적 선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동아시아라는 활시위는 팽팽하게 당겨져 있으며, 그 화살 끝은 서로를 겨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