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미국이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 및 중국 관련 유조선을 잇달아 나포하며 강경한 해상 봉쇄에 나섰다. 이는 단순한 제재 이행을 넘어, 서반구를 외세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격리하려는 ‘트럼프 코롤러리(Trump Corollary)’의 실질적 이행으로 풀이된다.
2025년 12월, 카리브해의 긴장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불과 열흘 사이 발생한 두 차례의 대규모 유조선 나포 사건은 단순한 제재 이행 차원을 넘어, 서반구 내 지정학적 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직접 압수하며 행동에 나선 배경과 이것이 2025년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알아다.
전격적인 해상 나포 작전의 전말
첫 번째 사건은 지난 12월 10일에 발생했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수사국(HSI), 그리고 해안경비대는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원유 약 100만 배럴을 운송하던 스키퍼(Skipper)호를 나포했다. 이 선박은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제재 유류를 운송하며 불법 네트워크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지목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나포 직후 해당 원유를 미국이 직접 관리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12월 10일 Skipper호 나포
이어 12월 20일 새벽, 두 번째 나포가 단행되었다. 타깃은 파나마 국적의 센추리스(Centuries)호였다. 홍콩 소재 기업이 소유한 이 선박에는 중국으로 향하던 원유 약 180만 배럴이 실려 있었다. 주목할 점은 센추리스호가 개별 제재 명단에 오르지 않았음에도 나포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미국이 선언한 해상 봉쇄 조치가 실질적인 행동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12월 20일 파나마 국적의 센추리스(Centuries)
명분과 실리: 마두로 정권 압박과 해상 봉쇄
이번 작전의 표면적인 목적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의 핵심 수입원인 원유 거래를 차단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가 원유 판매 대금을 불법 무장 단체 지원과 범죄 자금으로 유용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12월 16일, 베네수엘라로 드나드는 모든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해 완전한 봉쇄를 명령했다. 현재 카리브해에는 상당한 규모의 미 함대가 집결해 있으며, 미국 측은 이를 아르마다(Armada)라 지칭하며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 제재를 넘어 물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력한 압박 정책의 정점이라 볼 수 있다.
서반구 요새화와 트럼프 코롤러리의 등장
이러한 움직임은 2025년 발표된 미국의 새로운 국가 안보 전략(NSS 2025)과 궤를 같이한다. NSS 2025의 핵심은 미국의 최우선 순위를 서반구에 두는 서반구 요새화에 있다. 이는 과거 먼로 독트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적용한 트럼프 코롤러리(Trump Corollary)의 실현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은 자국의 앞마당인 서반구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 적대적 외세의 침투를 차단하고, 지역 내 패권을 완벽하게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 유조선 나포는 서반구 내 자원과 물류 흐름을 미국이 직접 통제하겠다는 상징적 메시지다. 경제 안보를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간주하는 실리주의 원칙이 실천으로 옮겨지고 있는 셈이다.
전쟁부 명칭의 부활이 갖는 의미
팸 본디 법무장관의 메시지는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더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충실히 대변하는 본디 장관은 이번 작전이 합법적 절차임을 강조하면서, 공식 메시지에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 대신 과거 명칭인 전쟁부(Department of War)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는 단순한 표현의 차이를 넘어선다. 법 집행을 군사화하여 국가 생존을 건 수준의 대응임을 시사하고, 제재 위반자들에게 미군이 언제든 개입할 수 있다는 강력한 억제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다. 또한 법무부와 군이 통합된 체계로 움직이며 불법 네트워크를 근절하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보여준다.
백악관 3인방의 설계: 법리와 물리력이 결합된 ‘본디-놈’ 합작품
이번 카리브해 나포 작전은 우연한 단속이 아니라, 지난 10월 23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팸 본디 법무장관,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의 회동에서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당시 브리핑은 국토안보 태스크포스의 성과 보고 형식을 띠었으나, 실제로는 베네수엘라 유조선 나포를 위한 치밀한 사전 모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본디 메모와 ‘적대적 전투원’ 논리 작전의 법적 설계자는 팸 본디 법무장관이다. 그녀는 취임 후 발표한 ‘본디 메모(Bondi Memo)’를 통해 카르텔 섬멸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본디 장관은 이번 작전을 위해 세 가지 강력한 법적 길을 열었다.
우선 해상 전담 유닛을 가동해 마약 및 석유 운반 선박에 대한 나포권을 강화했다. 또한 2025년 7월, 베네수엘라의 권력형 마약 조직인 ‘태양의 카르텔(Cartel of the Suns)’을 세계 테러 단체(SDGT)로 지정함으로써 군사적 개입의 국제법적 명분을 쌓았다. 특히 법무부 법률자문국(OLC)을 통해 마약 밀매업자를 ‘적대적 전투원’으로 간주, 사법 절차를 생략한 즉각적인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검토하며 공격적인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크리스티 놈과 국토안보부의 실질적 집행 준비된 법적 틀 안에서 칼을 휘두른 것은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었다. 그녀는 두 번째 나포 당시 현장 영상을 SNS에 직접 공개하며 국토안보부의 주도적 역할을 대외적으로 과시했다. 놈 장관은 불법 원유 이동을 끝까지 추적해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며, 국토안보부가 단순 행정 부처를 넘어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실질적인 집행 기관임을 강조했다.
결국 이번 작전은 법무부의 치밀한 법적 프레임과 전쟁부의 군사적 지원, 그리고 국토안보부의 강력한 현장 집행력이 결합된 ‘트럼프식 안보 원팀’의 결과물이다. 이는 향후 서반구 내에서 벌어질 미국의 모든 물리적 조치가 어떠한 방식으로 실행될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반발과 패권 경쟁의 심화
미국의 독주에 대해 국제사회는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나포를 국제법적 근거가 없는 일방적인 국제 해적 행위라 규정하며 강력히 비난했다. 중국 측은 이를 함포 외교(Gunboat Diplomacy)의 부활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러시아 역시 미국의 조치를 위험한 도발로 보고 있다. 러시아 외무성은 미국의 해상 봉쇄가 국제 항행의 안전을 위협하고 서반구 전체에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 또한 마두로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주권 수호를 지지하며 미국과의 대립각을 명확히 했다.
전망 및 결론
카리브해에서 시작된 유조선 나포 사건은 이제 전 세계 패권 경쟁의 중심부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서반구 요새화 전략이 의도한 성과를 거두며 미국 주도의 질서를 공고히 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인해 새로운 국제적 충돌의 발단이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제 안보와 물리적 봉쇄가 결합된 이번 미국의 행보는 향후 글로벌 에너지 물류와 지정학적 구도에 거대한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