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부채 40조 달러 — 문제는 부채보다 이자와 차환

미국의 연방부채가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40조 달러라는 숫자만으로는 그 규모를 체감하기 어렵다. 2026년 8월 20일 기준 미국의 총 연방부채는 약 40.03조 달러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5경 5,500조 원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 살펴보려는 것은 단순히 “미국의 빚이 많다”는 사실이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이 거대한 부채를 미국 정부가 얼마나 비싼 금리로 유지하고 있는가. 매년 얼마를 다시 빌려야 하는가. 그리고 그 과정이 미국 국채금리와 글로벌 자본시장, 한국 금융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

현재 미국 재정의 핵심 문제는 부채의 절대규모보다 이자비용과 차환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미국 국가부채 40조 달러, 도대체 얼마나 큰 돈인가

국가부채는 정부가 과거에 빌렸지만 아직 갚지 않은 돈의 누적액이다.

가계로 비유하면 지금까지 받은 각종 대출 가운데 아직 남아 있는 원금을 모두 더한 금액과 비슷하다.

2026년 8월 20일 미국의 총 연방부채는 약 40.03조 달러(약 5경 5,500조 원)다.

미국 부채는 최근 특정 행정부에서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트럼프 1기 동안 총 연방부채는 약 7.80조 달러(약 1경 800조 원) 증가했다. 바이든 행정부 기간에는 약 8.47조 달러(약 1경 1,700조 원) 증가했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된 2025년 1월 이후 2026년 8월 20일까지도 약 3.81조 달러(약 5,290조 원) 증가했다.

여기서 유념할 점은 이 숫자는 각 대통령이 직접 만들어낸 부채액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미국의 총부채 잔액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의 재정은 대통령뿐 아니라 의회의 예산 결정, 이미 시행 중인 법률, 경기침체, 금융위기, 코로나19 같은 대규모 충격, 세수 변화 등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따라서 대통령별 비교는 “누가 얼마의 빚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어느 행정부 기간에 부채가 얼마나 변했는가”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 차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한 가지다.

미국 부채 증가는 특정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2000년대 이후 여러 행정부에 걸쳐 누적된 구조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40조 달러 전체가 금융시장에서 실제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채는 아니다.

미국의 총 연방부채에는 미국 정부 내부의 연기금이나 각종 정부계정이 보유하고 있는 부채도 포함된다.

그래서 금융시장을 분석할 때는  Debt Held by the Public이라는 지표를 많이 본다.

한국어로는 ‘시장 보유 연방부채’ 혹은 ‘공공 보유 부채’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쉽게 말하면 미국 정부 밖의 투자자와 금융시장이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정부부채다.

2025년 시장 보유 연방부채는 약 30.17조 달러(약 4경 1,800조 원)였다.

하지만 이 숫자도 단독으로 보면 충분하지 않다.

연봉 1억 원인 사람이 1억 원을 빌린 것과 연봉 2천만 원인 사람이 1억 원을 빌린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부채를 경제규모와 비교한다.

GDP는 한 나라가 일정 기간 동안 만들어낸 재화와 서비스의 총가치를 뜻한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그 나라 경제의 연간 생산능력이다.

2025년 미국의 시장 보유 연방부채는 GDP의 약 98.0% 수준이다.

2000년에는 이 비율이 약 **33.3%**였다.

2008년 금융위기 전에는 약 39% 수준이었지만, 2009년에는 52%를 넘어섰다. 2020년 코로나19 충격 당시에는 약 98%까지 급등했다.

즉 미국의 부채는 단순히 달러 표시 금액만 커진 것이 아니다.

미국 경제규모와 비교해도 부채 부담이 과거보다 훨씬 높은 단계에 들어와 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빚의 크기보다 이자다

정부도 돈을 빌리면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미국 정부가 국채 등에 대해 지급하는 이자에서 관련 이자수입 등을 반영해 계산한 실질적인 이자부담을 순이자 지출, Net Interest라고 한다.

2025년 미국 연방정부의 순이자 지출은 약 9,701억 달러(약 1,345조 원)였다.

하지만 1,345조 원이라는 절대금액보다 더 중요한 숫자가 있다.

미국 정부가 걷은 돈 가운데 얼마나 많은 부분이 이자로 빠져나가고 있는가다.

2015년에는 순이자 지출이 연방정부 세입의 약 6.9%였다.

2025년에는 이 비율이 18.5%까지 상승했다. 총지출 대비 순이자 비중도 약 13.8%에 달한다.

아주 단순화하면 미국 정부가 세금 등으로 100원을 걷었을 때 약 18.5원이 기존 부채와 관련된 순이자 비용으로 나가는 구조라는 의미다.

특히 최근 증가속도가 빠르다.

2022년 순이자 지출은 약 4,759억 달러였다. 2023년에는 약 6,583억 달러, 2024년에는 약 8,799억 달러, 2025년에는 약 9,701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미국 재정문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변화가 바로 이 부분이다.

부채의 크기가 커진 상태에서 금리까지 높아지면서, 부채를 유지하는 비용 자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개인이라면 월급의 18.5%를 이자를 갚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왜 지금 높은 금리가 더 문제가 되는가

미국 정부가 발행한 모든 국채가 현재 시장금리를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1~2%대 금리로 발행한 국채도 있고, 최근에 더 높은 금리로 발행한 국채도 있다.

이 국채들의 평균적인 이자율을 보면 미국 정부가 현재 어느 정도의 조달비용을 부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026년 7월 기준 시장성 국채의 평균 이자율은 약 3.443%다. 전체 이자부담 부채의 평균 이자율도 약 3.447%다.

그런데 2026년 8월 20일 기준 미국 10년 국채 수익률은 약 4.69%, 30년 국채 수익률은 약 5.23% 수준이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기존 부채의 평균 이자율은 3%대 중반인데, 새로 장기간 돈을 빌리는 시장금리는 그보다 높다.

과거 저금리로 발행했던 국채의 만기가 돌아올 때 현재의 더 높은 금리로 다시 돈을 빌리게 되면 전체 평균 조달비용이 점차 올라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개념이 차환이다.

차환이란 무엇인가

국채에도 만기가 있다.

만기가 되면 미국 정부는 투자자에게 원금을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그만큼의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새로운 국채를 발행해 돈을 빌리고, 그 돈으로 기존 국채를 갚는다.

이것을 차환, Refinancing이라고 한다.

가계로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2% 금리로 빌렸던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돌아왔는데 원금을 갚을 돈이 없어 5% 금리의 새 대출로 갈아타는 것과 비슷하다.

원금은 그대로지만 이자부담은 커진다.

FY2025 기준 미국 시장성 국채의 약 33%가 12개월 이내 만기를 맞는 구조였다. FY2014에는 약 24%였다.

FY2025 미국 정부가 차환해야 하는 기존 부채는 약 9.1조 달러(약 1경 2,600조 원)였다.

여기에 기존 빚을 갚기 위한 차환이 아니라 새롭게 필요한 차입도 약 1.9조 달러(약 2,630조 원)였다.

다만 모든 부채가 단기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국채의 가중평균만기는 FY2014 약 67개월에서 FY2025 약 71개월로 오히려 길어졌다.

이는 미국 재무부가 부채 만기를 어느 정도 분산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미국의 40조 달러 부채가 어느 날 한꺼번에 5% 금리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년 엄청난 규모의 국채가 순차적으로 만기를 맞는다.

미국 재정의 중요한 위험은 40조 달러를 한꺼번에 갚아야 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매년 수조 달러의 기존 부채를 당시의 시장금리로 다시 빌려야 한다는 데 있다.

그렇게 많은 국채를 누가 사는가

미국 정부는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경매 방식으로 판매한다.

여기서 자주 등장하는 지표가 Bid-to-Cover Ratio다.

말은 어렵지만 개념은 단순하다.

미국 정부가 100억 달러어치 국채를 팔려고 하는데 투자자 주문이 300억 달러 들어왔다면 수요가 공급의 3배다.

이 경우 Bid-to-Cover는 3이다.

일반적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발행 예정 물량보다 투자자의 매수 주문이 많다는 의미다.

최근 미국 국채 경매규모는 크게 증가했다.

FY2014와 FY2025를 비교하면 Bills(단기채권)의 평균 경매규모는 약 300억 달러에서 790억 달러로 증가했다.

Notes(중기채권)는 약 300억 달러에서 560억 달러, Bonds는 약 140억 달러에서 190억 달러로 증가했다.

반면 Bid-to-Cover는 Bills의 경우 약 4에서 3으로, Notes는 약 3에서 2.5로 낮아졌다. Bonds(장기채권)는 약 2.4 수준에서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미국 국채가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현재도 상당한 투자수요가 존재한다.

다만 미국 정부가 과거보다 훨씬 많은 국채를 발행하고 있고, 시장은 그 더 큰 물량을 계속 흡수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국채 발행량이 아니라 시장이 추가 공급을 어느 정도 금리에서 소화하느냐다.

TIPS= 물가연동국채, FRN=변동금리국채

장기금리가 높은 이유를 Fed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

미국 장기금리를 분석할 때 또 하나 알아야 할 용어가 있다.

기간 프리미엄, Term Premium이다.

투자자가 오늘 돈을 빌려주고 10년 뒤에 돌려받는다고 생각해보자.

10년 동안에는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아질 수도 있고, 정부가 국채를 예상보다 많이 발행할 수도 있다. 기준금리도 바뀔 수 있고, 장기채권 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

이런 장기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대가로 투자자가 추가적인 보상을 요구하게 된다.

그 추가 보상이 기간 프리미엄이다.

2020년 9월 미국 10년 기간 프리미엄은 약 -0.87%였다. 2023년 9월에는 약 +0.15%, 2025년 2월에는 약 +0.66%, 2026년 8월 14일에는 약 +0.84%까지 상승했다.

따라서 미국 장기금리가 높은 이유를 모두 Federal Reserve, 즉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정책으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

시장은 장기간 미국 국채를 보유하는 데 따르는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는 일시적인가

미국 의회에는 Congressional Budget Office, CBO, 즉 의회예산국이 있다.

CBO는 현재의 세금과 정부지출, 재정정책이 이어질 경우 미국 재정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를 전망한다.

CBO의 2026년 전망을 보면 시장 보유 연방부채/GDP 비율은 2026년 약 100.6%다.

2036년에는 약 120.2%까지 올라간다.

2056년에는 약 175.1%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이자부담도 증가한다.

순이자 지출은 2026년 GDP의 약 3.26%에서 2036년 약 4.59%, 2056년에는 약 6.93%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현재 미국의 재정문제는 경기침체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단기적인 문제만으로 보기 어렵다.

현재 정책경로가 유지될 경우 부채와 이자비용이 경제규모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장기구조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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