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자국의 패권적 시각을 중국에 투영하는 거울효과 오류에 빠져 중국의 대전략을 빈번히 오해하고 있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베이징 정상회담과 글로벌 질서 재편이라는 큰 맥락에서 볼 때, 중국의 대전략과 정체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정체성: 굴욕의 세기 극복과 체면 중시
중국의 정체성은 과거 전 세계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던 1820년대에서 1945년 4% 규모로 추락했던 굴욕의 세기를 겪은 역사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국부와 힘을 회복함과 동시에, 다른 국가들로부터 존중받음으로써 얻는 자부심인 체면을 매우 중시한다.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대등한 상대로 예우한 것은 중국의 이러한 자존심을 충족시키고 국가적 위신을 세워준 중요한 성과로 볼 수 있다.
2. 대전략: 패권주의가 아닌 부의 회복과 역사적 영토 수복
3. 철저한 이념 불간섭과 실용주의 파트너십
중국은 타국이 어떻게 통치되는지에 전혀 개입하지 않으며, 타국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자국의 이념적 원칙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동맹보다는 철저히 상호 이익과 국익에 기반한 동반자 관계를 맺는 것을 선호한다. 이란과의 관계 역시 동맹이나 종속 관계가 아니라 석유 확보와 중동 내 세력 균형을 위한 실용적인 접근이며, 중국은 이스라엘이나 걸프 지역 아랍 국가들과도 동시에 우호적인 무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4. 역설적인 국제 질서 수호와 새로운 대안 기구 창설
가장 역설적인 점은, 과거 유엔 체제에서 배제되었던 중국이 현재는 미국 주도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를 가장 강력하게 수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미국은 스스로 만든 규범을 어기고 수많은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은 세계은행과 같은 기존 기관에서 미국의 견제를 받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신개발은행, 브릭스, 상하이협력기구 등 자신들이 주도하면서도 기존의 국제 룰을 따르는 대안적 기구들을 창설해 성공적으로 글로벌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5. 다극화 체제 속 새로운 형태의 세계 강대국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을 기점으로 중국은 과거의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훨씬 능동적으로 외교 무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에 800개의 미군 기지를 두고 해외 전쟁에 개입하는 미국 방식의 군사 제국은 아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전 세계 모든 국가가 핵심 정책을 결정할 때 반드시 그 이익을 고려하고 타협해야만 하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 강대국으로 자리 잡았다.
결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 등 복잡해진 글로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의 협력을 구한 것은, 이처럼 다극화된 질서 속에서 더 이상 미국 독단적으로는 세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중국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시켜 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