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와 금융의 본질: 신용이라는 허구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권력의 해부학 3/6

앞서 우리는 권력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연금술과 같다고 살펴보았습니다. 이 원리가 가장 잘 구현된 시스템이 바로 ‘돈과 금융’입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돈은 단순한 가치 교환의 수단이 아닙니다. 그것은 대중의 상상력을 조작해 허구를 현실로 믿게 만들고, 체제에 순응하게 하는 정교한 권력의 통제 기제입니다. 이 메커니즘을 다음과 같이 분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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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방식: 지급준비제도의 기원

금융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그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로버즈와 벨데(Roberds & Velde)의 초기 공공은행(1400-1815) 연구를 보면, 권력이 화폐를 통해 어떻게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초기의 은행들은 원래 상인들이 맡긴 금속 화폐를 100% 보관해 주는 투명한 금고 역할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곧 무거운 금화보다 은행이 발급해 준 ‘장부상 화폐(영수증)’를 거래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은행가들과 그 배후의 정치 권력은 이러한 심리를 파고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장부상의 숫자를 진짜 돈으로 믿어 한꺼번에 금속 화폐를 찾으러 오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그들은 실제 금고에 있는 예치금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장부상에 기입하여 대출해 주거나 전쟁 자금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재(누메나)인 금화 대신, 권력이 찍어낸 장부상의 숫자(현상)만이 대중 사이에서 돈으로 통용되며 무에서 유가 창조된 것입니다. 오늘날 현대 경제학이 합법적인 제도로 가르치는 ‘부분지급준비제도(Fractional Reserve System)’의 뼈대는 바로 이 장부 조작과 권력의 속임수에서 시작했습니다.

대규모 레버리지와 중앙은행 시스템

대규모 레버리지와 중앙은행 시스템

이러한 속임수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사례를 보면 명확해집니다. 로버즈와 벨데의 연구에 따르면, 2013년 연준은 550억 달러의 자기자본으로 4조 달러에 달하는 부채 포트폴리오를 굴려 795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자본금 대비 약 72배에 달하는 레버리지(차입) 비율입니다. 일반적인 상업 금융 기관이었다면 시장의 신뢰를 잃고 파산했을 수치입니다.

오늘날 이러한 구조는 더욱 기형적인 형태를 띠게 되었습니다. 2026년 현재 연준의 자본금은 약 460억 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지만, 부채 포트폴리오는 6조 7,000억 달러에 육박합니다. 자기자본의 약 145배에 달하는 부채를 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 규모가 커졌음에도 자본금이 오히려 줄어든 이유에서 현대 금융 시스템의 치명적인 모순이 드러났습니다. 최근 몇 년간 연준은 저금리로 사들인 자산에서 들어오는 이자보다, 금리 인상 후 시중 은행의 지급준비금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커지는 ‘역마진(적자)’ 상태에 빠졌습니다. 게다가 미국 의회는 정부 예산이 부족할 때마다 연준의 잉여 자본금을 국고로 환수해 갔습니다.

일반적인 상업 은행이었다면 자본금이 잠식되고 대규모 적자를 내는 순간 파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연준은 장부에 ‘이연자산(Deferred Asset)’이라는 항목을 새로 적어 넣는 회계 처리를 통해 “미래에 수익을 내서 갚겠다”며 장부상의 숫자로 파산을 면합니다.

자기자본이 사실상 마이너스에 가까운 상태에서 막대한 부채를 굴리면서도 연준이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로 대중의 자발적인 ‘화폐 수요(Money Demand)’가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지탱하는 핵심 연결 고리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대중은 연준이 찍어낸 부채(유통되는 지폐나 예금)를 가치 저장 수단인 ‘화폐’로 수용하며, 이에 대해 어떠한 이자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초기 은행들이 무에서 유를 창출하기 위해 겪었던 과정과 달리, 현대의 중앙은행은 시스템화를 통해 권력의 방식을 안착시켰습니다.

권력 유지 구조: 중앙은행 카르텔의 기원

 이러한 금융 구조를 독점하기 위해 과거의 은행가들은 정략결혼과 동맹을 통해 국경을 초월한 은행 카르텔을 형성했습니다. 그들은 군주나 귀족에게 자금을 빌려주었고,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반대 세력에게 자금을 지원해 물리적 권력을 행사했습니다. 국가 위에 군림하며 정치와 경제의 방향을 결정짓던 이 은행 연합체가 오늘날 전 세계를 통제하는 중앙은행 시스템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빈곤의 기획과 결핍의 유지

권력이 장부상의 숫자로 화폐를 창조할 수 있다면, 사회에 빈곤이 존재할 경제적 이유는 부족해집니다. 하지만 권력은 돈을 희소한 자원으로 인식하도록 통제합니다. 돈이 흔해져 빈곤이 사라진다면, 어느 누구도 고된 노동에 참여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권력자들은 인위적인 결핍과 구조적 빈곤을 기획하여, 대중이 돈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며 노동에 얽매이도록 유도합니다.

자본의 소각과 중앙은행의 레버리지 축소

시중에 통화량이 과도하게 축적되어 대중이 통제된 노동의 궤도에서 벗어나려 할 때, 시스템은 기존의 부를 허물어뜨리는 과정을 거칩니다. 주기적인 금융 위기나 자산 시장의 폭락이 그 일환이며, 지정학적 갈등을 매개로 한 전쟁은 가장 확실한 자본 소각의 수단으로 작동합니다.

특히 전쟁은 기형적으로 팽창한 중앙은행의 부채(레버리지)를 단숨에 축소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전시 상황에서 정부는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중앙은행은 화폐를 대량으로 발행하여 이를 매입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중의 통화량은 폭증하며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인플레이션은 화폐의 구매력을 떨어뜨립니다. 이는 곧 중앙은행이 짊어지고 있던 부채의 실질 가치가 동일한 비율로 증발함을 의미합니다. 권력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금을 통해 부채 청산의 비용을 대중에게 전가합니다. 중앙은행은 가치가 하락한 명목 화폐로 장부상의 빚을 털어내며 레버리지를 축소하고 시스템을 초기화(Reset)하지만, 대중은 그동안 축적한 자산의 가치를 잃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대중의 자본 기반은 무너지고, 생존을 위한 결핍의 상태로 내몰립니다. 화폐의 발행과 가치 파괴(위기와 전쟁)라는 주기를 통해 권력이 획득하고자 하는 것은, 결핍의 굴레 속에서 대중이 제공하는 ‘노동력’과 ‘시간’, 그리고 체제에 대한 순응입니다.

경영혁신 전문가 & 지정학 전략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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