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간 종전 협상 양해각서(MOU) 타결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아랍권 언론을 중심으로 테헤란(이란 당국)이 확보한 파격적인 세부 양보 조건들이 구체적으로 노출되며 지정학적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레바논의 범아랍 매체 알마야딘(Al Mayadeen)을 비롯한 중동 외교 소식통이 전한 막전막후의 핵심 쟁점과 세부 상황에 따르면, 이번 종전 MOU 조율 과정에서 이란 측이 미국의 강력한 양보를 끌어냈다는 세부 정황이 노출되면서 당초 붕괴 직전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던 이란이 오히려 우월한 외교적 지위(leverage)에서 협상을 주도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MOU 초안의 핵심 독소 조항 중 하나는 이란 인근 해역에 전개된 미 해군 함대와 정밀 공습 자산의 전면적인 철수이다.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만 등 이란을 즉각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영해 및 인근 공해상에서 함대를 대폭 후퇴시키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가해지던 직접적인 군사적 봉쇄가 해제됨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해외에 묶여 있던 이란의 동결 자금 중 무려 120억 달러(약 16조 원)가 전격 해제되어 테헤란으로 반환될 예정이다. 알마야딘 소식통에 따르면, 이 금액은 현재 전 세계에 동결된 이란 전체 자산의 정확히 절반(50%)에 해당한다. 극심한 경제난과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이란 체제에 거대한 숨통이 트이게 되는 셈이다.
이란이 확보한 4대 핵심 승리 조건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MOU가 최종 서명될 경우, 이란이 자국의 핵심 요구사항을 단 하나도 훼손하지 않은 채 원하는 실리를 모두 챙긴 ‘완벽한 외교적 판정승’을 거두었다고 평가한다.
해상 봉쇄의 전면 해제: 미군 함대의 철수와 함께 호르무즈 해협의 민항선 및 유조선 통행 제한이 전면 무력화되며 이란의 석유 수출길이 다시 열리게 된다.
동결 자금 절반 즉시 환수: 12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이 유입되면서 체제 안정을 위한 재정 자원을 확보했다.
미군 전력의 전방 후퇴: 이란 영공과 영해를 압박하던 미군 워십(Warships)과 스텔스 폭격기 전력이 기동반경 뒤로 물러난다.
핵 농축 권한의 온전한 보존: 가장 치명적인 대목은 트럼프 행정부가 공언했던 ‘우라늄 제로 농축’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MOU에 따르면 가장 큰 쟁점인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및 핵 프로그램 제한 문제는 향후 30일 혹은 60일간의 ‘유예 기간(Grace Period)’을 두고 추후 논의하기로 미뤄졌다. 즉, 이란은 현재의 핵 농축 인프라를 전혀 손대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 선언을 받아낸 것이다.
전면전 침몰과 전선 종식…붕괴론 비웃은 테헤란의 막판 레버리지
이번 타결 조항들은 “역사적인 공습으로 이란의 무기 네트워크를 완전히 궤멸시켰다”며 호언장담해 온 백악관의 내러티브를 정면으로 무력화한다. 정외 학계와 군사 전문가들은 뉴욕타임스(NYT)가 폭로한 ‘이란 지하 미사일 기지 90% 복구 완료’ 위성 데이터가 트럼프 대통령을 극도로 초조하게 만들었고, 이것이 미국의 막판 대규모 양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의 연합 공습으로 무릎을 꿇을 것이라던 이란은 핵심 군사 자산을 고스란히 보존한 채, 모든 전선에서의 종전(The war ended on all fronts)과 경제적 보상이라는 실익을 움켜쥐고 당당히 걸어 나오게 되었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9개국 정상과의 다급한 연쇄 통화 끝에 서둘러 ‘평화 MOU 타결 임박’을 발표한 배경에는, 이처럼 테헤란이 쥐고 있던 강력한 군사적 카드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정학적 레버리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