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과 도쿄 사이의 외교적 긴장이 결국 항공 대란으로 번졌다. 중국 정부와 주요 항공사들이 2026년 2월 일본으로 향하는 정기 노선을 대거 취소하면서 양국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는 모양새다.
49개 노선 증발… 멈춰 선 주요 거점 공항
항공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플라이트 마스터’와 ‘유메트립’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6년 2월 중국 본토와 일본을 잇는 정기 노선 중 총 49개가 전면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지난 1월 일본행 항공편 취소율이 47.2%에 육박했던 것에 이어, 2월에도 전체 예정편의 약 45%가 운항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베이징 다싱, 청두 톈푸, 충칭 장베이 등 중국 내 핵심 허브 공항에서 오사카 간사이로 향하는 노선들은 취소율 100%를 기록하며 사실상 하늘길이 막혔다. 겨울철 관광 수요가 높은 선전-홋카이도 노선 역시 일부 구간이 운항 중단 명단에 포함되면서 여행객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올해 안엔 회복 불가"… 환불 기한 전격 연장
상황이 악화되자 에어차이나,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등 중국의 3대 국영 항공사는 이례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일본 노선 예약자를 대상으로 수수료 없는 환불 및 변경 정책을 시행 중인데, 최근 무료 환불 기한을 당초 예정됐던 2026년 3월에서 10월 24일까지로 대폭 연장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 항공 당국이 양국 간의 갈등을 단기적인 해프닝이 아닌 최소 하반기까지 이어질 장기전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한다.
일본 최동단 나미토리섬(南鳥島, Marcus Island) 일본 최동단에 위치한 미나미토리섬(南鳥島, Marcus Island). 일본 본토에서 약 1,900km나 떨어진 이 외딴 섬 주변 해저가 일본을 …
갈등의 도화선, 무엇이 중-일을 갈라놓았나
이번 대규모 노선 취소의 이면에는 얽히고설킨 정치·안보적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갈등이 첨예화된 결정적 원인은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는 안보 가이드라인의 충돌이다. 2025년 11월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대만 유사시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중국의 역린을 건드렸다. 중국은 이를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명백한 내정 간섭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보복 조치를 순차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둘째는 첨단 기술을 둘러싼 경제 전쟁이다. 일본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기조에 적극 동참하며 중국의 ‘기술 굴기’를 압박하자, 중국은 즉각 이중용도(Dual-use) 품목 및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맞불을 놨다. 항공 노선 감축은 이러한 경제적 압박 수단 중 하나인 ‘관광 자원 무기화’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마지막으로 민족주의 정서와 결합한 여행 통제다. 중국 외교부는 춘절 연휴를 앞두고 지진 위험과 치안 악화를 명분으로 자국민에게 일본 방문 자제를 강력히 권고했다. 이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 이후 누적된 반일 감정을 자극하여 일본 관광 산업에 타격을 주려는 고도의 심리전이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개 속 중-일 관계… 경제적 타격 불가피
정치적 대립이 항공 교통이라는 실핏줄까지 막아버리면서 양국 경제에 미칠 타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일본 관광 시장의 가장 큰 손이었던 만큼, 노선 취소 장기화는 일본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 항공사들 역시 핵심 수익 노선을 포기해야 하는 만큼 경영상의 부담을 안게 됐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항공 노선 취소는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라 중국이 일본 내각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며, 다카이치 내각의 향후 외교적 행보에 따라 하늘길의 복구 시점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