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후티가 던진 첫 시험대…사우디·튀르키예·파키스탄 ‘메카 방위협정’은 작동할까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 파키스탄이 야심차게 출범시킨 새로운 집단방위 체제가 예상보다 빨리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8월 7일 세 나라는 사우디 메카에서 ‘메카 공동방위협정(Mecca Joint Defence Agreement)’​을 체결했다. 핵심은 분명했다.

세 나라 가운데 한 국가에 대한 무력 공격을 세 나라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NATO의 집단방위 원칙을 연상시키는 조항이다.

하지만 협정 체결 한 달여 만에 예멘 후티가 사우디 영토와 에너지 시설에 대한 미사일·드론 공격을 확대하면서 질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튀르키예와 파키스탄은 사우디를 위해 실제로 싸울 것인가?”

이 질문은 이제 메카 협정의 첫 번째 현실적인 시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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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공격이 건드린 ‘집단방위’ 조항

9월 들어 예멘 전선은 빠르게 격화되고 있다.

후티는 사우디 남부 지역과 군사·에너지 관련 목표물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고, 사우디 측은 9월 8일 공격으로 최소 7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후티는 같은 날 킹칼리드 공군기지(King Khalid Airbase)​를 공격했다고 주장했고, 이후 공개된 위성사진에서는 해당 기지에 피해로 보이는 흔적도 포착됐다.

문제는 한 달 전 체결된 메카 협정의 문구다.

협정은 한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한다.

파키스탄의 카와자 아시프 국방장관도 9월 9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후티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메카 협정이 가동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는 사우디에 대한 이유 없는 공격이나 예멘 전쟁이 사우디 영토로 확산된다면 “메카 협정이 작동하게 될 것”​이라는 취지로 밝혔다.

그러나 불과 하루 뒤 파키스탄 정부에서는 한 단계 신중한 메시지가 나왔다.

외교부 대변인 사자드 하이더 칸은 9월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후티 공격에 대응한 파키스탄의 군사 행동에 대해

“현재 그런 논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필요할 때가 오면 협정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하자면 파키스탄은 집단방위 의무 자체는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즉각적인 군사 개입에는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한 나라에 대한 공격은 모두에 대한 공격’…하지만 자동 참전 조항은 아니다

메카 협정을 둘러싼 가장 큰 오해 가운데 하나는 이를 곧바로 NATO식 자동 군사개입 체제로 이해하는 것이다.

현재 공개된 협정 내용만으로는 공격이 발생했을 경우 다른 회원국이 어떤 수준의 군사력을 투입해야 하는지, 개입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지, 공동지휘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실제로 세 나라는 8월 31일 이스탄불에서 첫 전략정치·국방위원회를 열고 협정의 제도화를 시작했다.

사우디에 상설 사무국을 설치하고 첫 3년 동안 파키스탄 출신 사무총장이 이를 이끄는 방안도 합의됐다.

하지만 협정은 아직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다.

따라서 현재 메카 협정의 실질적인 힘은 대규모 연합군의 존재보다 “사우디를 공격하면 튀르키예와 파키스탄까지 상대해야 할 수 있다”는 억지력​에 가깝다.

바로 이 억지력이 후티의 공격으로 시험받고 있다.

더 어려운 문제는 후티 뒤의 이란이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공격 주체가 국가가 아닌 후티라는 점이다.

후티는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무장세력이지만, 이란은 후티가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예멘 내정 개입 의혹도 부인하고 있다.

파키스탄 입장에서는 더욱 곤란하다.

파키스탄은 사우디와 오랜 군사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상당한 군사적 협력을 해왔다. 동시에 현재 미국과 이란 사이의 중재에도 관여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파키스탄군이 후티를 상대로 직접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이는 사실상 이란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튀르키예 역시 마찬가지다.

앙카라는 사우디와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란과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은 피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메카 협정의 첫 시험은 단순한 군사력의 문제가 아니다.

동맹국을 방어하면서도 이란과의 전면적인 지역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바브엘만데브까지 내려온 후티

여기에 최근 예멘 전황은 메카 협정의 부담을 더 키우고 있다.

후티는 홍해 연안의 전략항구 모카(Mocha)​를 장악하면서 바브엘만데브 해협 방향으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바브엘만데브는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세계적인 해상 병목지점이다.

후티가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할수록 사우디와 미국뿐 아니라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유럽·아시아 교역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중동에서는 이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위험이 글로벌 원유시장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여기에 바브엘만데브까지 동시에 불안해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페르시아만의 출구인 호르무즈와 홍해의 남쪽 출구인 바브엘만데브라는 두 개의 핵심 해상 병목지점이 동시에 지정학적 압박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예멘 전쟁은 더 이상 예멘 내부의 내전에만 머물지 않는다.

메카 협정이 직면한 딜레마

메카 협정에는 근본적인 딜레마가 존재한다.

후티가 사우디를 공격했는데도 파키스탄과 튀르키예가 아무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협정의 집단방위 조항은 신뢰를 잃을 수 있다.

후티뿐 아니라 다른 지역 세력들도

“메카 협정은 정치적 선언일 뿐 실제 군사동맹은 아니다”

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생긴다.

반대로 후티의 공격 때마다 세 나라가 대규모 군사 대응에 나선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예멘 전쟁이 사우디·튀르키예·파키스탄과 이란까지 연결되는 훨씬 넓은 지역분쟁으로 확대될 위험이다.

따라서 메카 협정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단순히 얼마나 많은 전투기와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실제로 싸우지 않고도 상대가 공격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새로운 중동 안보질서의 첫 실험

메카 협정의 의미는 세 국가의 군사협력을 넘어선다.

중동 국가들은 오랫동안 미국의 군사력과 안보보장에 크게 의존해왔다.

그러나 최근 사우디와 튀르키예 등 역내 국가들은 자체적인 안보 네트워크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메카 협정은 이러한 변화의 상징이다.

사우디의 자본과 전략적 위치, NATO 회원국인 튀르키예의 군사력과 방산산업, 그리고 핵무기를 보유한 파키스탄의 군사력이 하나의 협력 구조로 묶였다.

그러나 동맹의 가치는 협정문이 아니라 위기가 발생했을 때 드러난다.

그리고 그 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후티의 사우디 공격은 아직 메카 협정을 전면적인 군사동맹으로 작동시키지는 않았다.

오히려 현재까지의 움직임은 세 나라가 강한 집단방위 메시지와 실제 군사개입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지켜봐야 할 것은 파키스탄이나 튀르키예가 당장 예멘에 전투기를 보내느냐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사우디를 공격하면 정말 세 나라를 상대하게 되는가.

후티가 그 답을 시험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답에 따라 이제 막 출범한 메카 협정이 실질적인 지역 안보체제로 자리잡을지, 아니면 정치적 선언에 머물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경영혁신 전문가 & 지정학 전략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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