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에 대한 이해
지구의 빙하기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빙하기’라는 용어의 과학적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추운 시기를 넘어, 지구 기후 시스템의 특정 상태를 지칭하는 전문 용어이다.
과학적으로 ‘빙하기(ice age)’란, 지구 역사상 전 지구적 기온이 평소보다 낮아져 대륙 빙상과 산악 빙하가 존재하고 크게 확장되는 장기간의 시기를 의미한다. 중요한 점은 빙하기가 단순히 지속적인 혹한의 기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빙하기는 더 추운 시기와 상대적으로 따뜻한 시기가 교차하는, 지구 기후 시스템의 역동적인 상태를 나타낸다.
이 정의에 따르면, 지구는 현재 ‘신생대 후기 빙하기(Late Cenozoic Ice Age)’라 불리는 빙하기에 속한다. 이는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에 영구적인 대규모 빙상이 존재하는 사실에 근거한다. 이 빙하기는 약 3,400만 년 전에 시작되었으며, 약 260만 년 전 북반구에 빙하 작용이 시작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빙기와 간빙기: 추운 지구의 맥박
빙하기는 두 가지 주요 국면으로 구성된다.
빙기(Glacial periods)
빙기란 빙하기 내에서 기온이 더 낮아져 빙상이 극지방에서 저위도 지역으로 크게 확장되는 시기를 말한다. 빙기는 일반적으로 간빙기보다 더 춥고 건조하며, 먼지가 많은 환경이 특징이다. 가장 최근의 빙기는 약 20,000년 전에 정점에 달했으며, 이 시기를 ‘최종 빙기 극대기(Last Glacial Maximum, LGM)’라고 부른다.
간빙기(Interglacial periods)
간빙기는 빙기 사이에 나타나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시기로, 이 기간에는 빙상이 후퇴한다. 현재 우리가 사는 홀로세(Holocene, 약 11,700년 전 시작)는 간빙기에 해당한다. 간빙기는 기온이 높지만, 양 극지에 상당한 규모의 빙상이 계속 존재하는 한 여전히 거시적인 빙하기의 일부로 간주된다.
이 외에도 더 짧은 주기의 기후 변동이 있는데, 아빙기(stadial)와 아간빙기(interstadial)가 그것이다. 아빙기는 빙기 내의 더 추운 시기, 아간빙기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시기를 의미하지만, 이는 완전한 빙기-간빙기 전환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기후 상태의 이러한 계층적 구분은 지구 기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지구의 기후는 장기적으로 ‘빙실 기후(icehouse)’와 ‘온실 기후(greenhouse)’라는 두 가지 기본 모드 사이를 오간다. ‘빙하기’는 바로 이 ‘빙실 기후’ 상태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시기이다. 그리고 이 빙실 기후 내에서, 기후 시스템은 다시 ‘빙기’와 ‘간빙기’라는 더 짧은 주기로 진동한다. 이러한 계층 구조는 장기적인 구조적 요인(판 구조론, 지구화학적 순환)이 빙실 기후라는 무대를 설정하고, 그 위에서 단기적인 요인(지구 궤도 변화)이 빙기-간빙기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시스템임을 보여준다. 이 틀을 통해 왜 빙하기가 지구 역사의 특정 기간에만 집중적으로 발생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과거 빙하 작용의 지질학적 증거
과거 기후를 직접 측정할 온도계는 근래에 발명되었으므로, 고대 빙하기의 증거는 전적으로 지질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지질학자들은 암석에 남겨진 빙하의 흔적을 통해 수억 년 전의 기후를 재구성한다. 주요 증거는 다음과 같다.
빙하 퇴적물, 즉 '빙력토(Glacial Till)'
빙하가 남긴 가장 대표적인 증거는 빙력토이다. 이는 빙하가 운반하던 암석, 자갈, 모래, 흙 등을 녹으면서 그 자리에 그대로 쌓아놓은 퇴적물을 말한다.
빙력토의 가장 큰 특징은 분급(sorting)이 매우 불규칙하는 점이다. 즉, 크고 작은 알갱이들이 전혀 분류되지 않고 뒤죽박죽 섞여 있다는 뜻이다. 이는 빙하가 모든 크기의 물질을 한꺼번에 운반하다가 동시에 퇴적시키기 때문이다.
빙력토(Gracial till)
빙력토의 생성 과정은 크게 침식, 운반, 퇴적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침식 (Erosion): 빙하는 엄청난 무게로 움직이면서 바닥 암석을 긁고(찰과), 깨뜨려 뜯어낸다(뽑아내기). 이 과정에서 거대한 바위부터 미세한 점토까지 다양한 크기의 암석 조각들이 만들어진다.
운반 (Transportation): 이렇게 침식된 물질들은 빙하에 박힌 채 수백 킬로미터까지 운반된다. 크기를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함께 실어 나르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와 같다.
퇴적 (Deposition): 기온이 올라 빙하가 녹으면, 얼음 속에 섞여 있던 모든 물질들이 그 자리에 한꺼번에 내려앉는다. 이 과정에서 크기 선별이 전혀 없기 때문에, 거대한 바위와 고운 진흙이 뒤섞인 독특한 퇴적층, 즉 빙력토가 형성되는 것이다.
빙력토의 형성과정
빙퇴석(Moraine)과 드럼린(Drumlin)
앞서 설명한 빙력토가 쌓여 만들어진 대표적인 지형이 바로 빙퇴석(Moraine)이다. 이는 빙하의 가장자리나 끝부분에 형성된 길쭉한 언덕 모양의 퇴적 지형으로, 빙하가 어디까지 확장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또 다른 빙하 확장의 단서는 드럼린(Drumlin)인데, 드럼린은 주로 빙하 바닥에 이미 쌓여있던 빙력토(지퇴석)를 빙하가 다시 전진하면서 덮고 지나갈 때, 그 압력으로 뭉치고 다듬어져 만들어진 언덕을 말한다.
빙퇴석(Moraine)과 드럼린(Drumlin)은 모두 빙하가 만든 대표적인 퇴적 지형이지만, 모양과 형성 과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간단히 말해, 빙퇴석은 빙하가 운반하던 흙과 돌무더기를 쌓아놓은 ‘제방’이나 ‘언덕’에 가깝고, 드럼린은 이미 쌓인 퇴적물 위를 빙하가 다시 덮고 지나가며 다듬어놓은 ‘유선형 언덕’ 이다.
빙퇴석(Moraine)
드럼린 (Drumlin)
빙하찰흔 (Glacial striations)
빙하찰흔은 빙하가 움직이면서 기반암 표면에 남긴 평행한 긁힌 자국들이다. 마치 거대한 사포가 지나간 흔적처럼 보이며, 이는 빙하가 과거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는지 알려주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빙하는 얼음 자체만으로는 단단한 암석을 긁을 수 없다. 빙하찰흔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만들어진다.
암석 포획: 빙하가 이동하면서 바닥의 암석 조각(자갈, 모래 등)을 뜯어내 얼음 속에 가둔다.
연마 작용 (Abrasion): 이 암석 조각들은 빙하 바닥에 박힌 채로 거대한 압력을 받으며 끌려간다. 이때, 빙하 바닥에 있는 암석들이 마치 사포의 알갱이처럼 기반암 표면을 긁고 지나가면서 길고 평행한 홈을 파게 된다.
흔적 형성: 긁힌 자국은 미세한 실금부터 깊고 넓은 홈(groove)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자국들은 빙하가 움직이는 방향과 나란하게 형성된다.
빙하가 녹아 사라지고 나면, 매끈하게 다듬어진 암석 표면에 이러한 찰흔들이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빙하찰흔은 단순한 긁힌 자국 이상의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빙하찰흔은 수만 년 전 지구의 기후와 지형을 연구하는 데 있어 매우 귀중한 자료로 활용된다.
과거 빙하의 이동 방향: 찰흔의 방향은 과거 그 지역을 덮었던 빙하가 어느 쪽으로 흘러갔는지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빙하의 규모와 역사 추정: 한 지역에 여러 방향의 찰흔이 겹쳐 나타나는 경우, 시간차를 두고 다른 방향으로 빙하가 흘렀음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빙하의 확장과 축소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다.
빙산 운반 쇄설물 (Ice-Rafted Debris, IRD)
빙산 운반 쇄설물은 빙하나 빙산이 운반하던 암석, 자갈, 모래 등의 퇴적물이 바다로 흘러든 뒤, 빙산이 녹으면서 해저에 떨어져 쌓인 것을 말한다. 이는 과거 지구의 기후를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차가운 기후에서는 빙하가 바다까지 확장되어 IRD가 많이 나타나며, 따뜻한 기후에서는 빙하가 내륙으로 후퇴하여 IRD가 거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생성과정은 다음과 같다.
포획 및 운반: 육지의 빙하가 움직이면서 기반암을 깎아낸 암석과 흙(빙력토)을 내부에 포함하게 된다. 이 빙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 거대한 빙산으로 떨어져 나온다.
해류 이동: 암석을 품은 빙산은 해류를 따라 먼바다까지 흘러간다.
낙하 및 퇴적: 따뜻한 해역에 도달한 빙산이 녹기 시작하면, 얼음 속에 갇혀 있던 암석 조각들이 해저로 가라앉는다.
퇴적층 형성: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평소에는 미세한 진흙만 쌓이는 깊은 바다의 퇴적층 속에 갑자기 커다란 암석이나 자갈이 박힌 독특한 지층이 만들어진다.
과학자들은 바다 밑바닥을 시추하여 얻은 퇴적물 기둥(sediment core)을 분석한다. 이 퇴적물 기둥의 특정 층에서 IRD가 발견되면, 그 시기에 육지의 빙하가 바다까지 확장될 정도로 기후가 추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하인리히 이벤트(Heinrich Event)는 IRD 연구를 통해 밝혀진 대표적인 과거의 급격한 기후변화 현상이다. 북대서양 퇴적층에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IRD 층은, 과거 거대한 빙상들이 갑자기 붕괴하며 수많은 빙산이 바다로 쏟아져 나왔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IRD는 과거 빙하의 활동과 기후 변화의 역사를 기록한 타임캡슐과 같은 역할을 한다.
지질학자들은 고대 암석층에서 이러한 특징들을 확인함으로써, 대륙의 배열이 지금과 매우 달랐던 수억 년 전의 빙하 활동까지도 식별해낸다.
지구의 주요 빙하기 연대기
지질 기록에 따르면, 지구는 역사상 최소 다섯 번의 주요 빙하기를 겪었다. 이 빙하기들은 각각 다른 원인에 의해 촉발되었으며, 지구의 기후와 생명 진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 빙하기 | 시기 (백만 년 전) | 지질 시대 | 주요 원인 (가설) | 핵심 특징 |
|---|---|---|---|---|
| 후로니안 빙하기 | 2400 – 2100 | 원생누대 고원생대 | 대기산소화사건(GOE)으로 인한 메탄 감소 | 최초의 대규모 빙하기, "눈덩이 지구" 사건 포함 가능성 |
| 크라이오제니아기 빙하기 | 720 – 635 | 원생누대 신원생대 | 대륙 위치, CO₂ 감소 | 지구 역사상 가장 극심한 빙하기, "눈덩이 지구" 가설의 주요 대상 |
| 안데스-사하라 빙하기 | 450 – 420 | 현생누대 고생대 | 곤드와나 대륙의 남극 위치, 조산운동 | 높은 CO₂ 농도에도 불구하고 발생 |
| 카루 빙하기 | 360 – 260 | 현생누대 고생대 | 육상 식물(숲)의 번성, 판게아 형성 | 현생누대에서 가장 길었던 빙하기 |
| 신생대 후기 빙하기 | 34 – 현재 | 현생누대 신생대 | 히말라야 융기, 해협 개폐, 궤도 주기 | 현재 진행 중인 빙하기, 제4기 빙기-간빙기 주기 |
신생대 후기 빙하기: 현대의 빙하 세계
신생대는 약 5천만 년 전 에오세 초기에 정점을 찍은 ‘온실 기후’ 상태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후 주요 구조적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약 5천만 년 전부터 장기적인 냉각 추세가 시작되었다.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다.
히말라야 융기: 약 5천만 년 전 인도-아시아 충돌로 히말라야 산맥과 티베트 고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거대한 산맥의 융기는 암석의 화학적 풍화를 극적으로 증가시켜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를 제거하고 장기적인 냉각을 유발했다.
드레이크 해협 개방: 약 3,400만 년 전 남아메리카와 남극 대륙이 분리되면서 드레이크 해협이 열렸다. 이로 인해 남극을 고립시키는 남극 순환 해류(Antarctic Circumpolar Current)가 형성되었고, 남극 대륙이 열적으로 고립되면서 거대한 빙상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파나마 해협 폐쇄: 약 5백만 년에서 3백만 년 전 사이에 파나마 지협이 형성되면서 대서양과 태평양 사이의 해수 교환이 차단되었다. 이는 멕시코 만류를 강화시켜 북반구 고위도로 더 많은 수증기를 공급했고, 이 수증기는 눈으로 내려 북반구 대륙 빙상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제공했다.
제4기 빙하 작용 (2.6 Ma–현재): 포유류 시대의 빙하 주기
제4기는 신생대 후기 빙하기 중에서도 북반구에 거대한 빙상이 주기적으로 성장하고 후퇴하는 가장 강렬한 국면이다. 이 빙기-간빙기 주기는 초기에는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 변화 주기인 약 41,000년 주기로 발생했으나, 약 1백만 년 전 ‘중기 플라이스토세 전이(Mid-Pleistocene Transition)’를 거치면서 지구 공전 궤도의 이심률 변화 주기인 약 100,000년 주기로 바뀌었다. 빙기 극대기에는 북미의 로렌타이드 빙상과 코딜레라 빙상, 유럽의 스칸디나비아 빙상 등이 광대한 지역을 덮었다.
그린란드
로렌타이드
페노스칸디아
시베리아아
코르디엘라
제4기 빙하기의 박동조율기
밀루틴 밀란코비치(Milutin Milanković, 1879-1958)는 세르비아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로, 지구의 기후, 특히 빙하기와 간빙기의 주기적인 반복이 지구 외부의 천문학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이론을 정립한 과학자이다.
그의 핵심 이론인 ‘밀란코비치 주기(Milankovitch Cycles)’는 지구가 우주 공간에서 움직이는 방식의 미세한 변화가 수만 년에 걸쳐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의 양과 분포를 바꾸고, 이것이 장기적인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핵심 원동력이라고 설명한다.
밀란코비치가 제시한 세 가지 주요 변화는 다음과 같다.
이심률(Eccentricity): 지구 공전 궤도가 거의 원형에서 타원형으로 변하는 현상으로, 약 100,000년의 주기를 가진다.
자전축 기울기(Obliquity): 지구 자전축이 공전 궤도면에 대해 기울어진 각도가 약 22.1°에서 24.5° 사이에서 변하며, 약 41,000년의 주기를 가진다. 기울기가 클수록 계절 변화가 극심해진다.
세차 운동(Precession): 지구 자전축이 팽이처럼 회전하는 현상으로, 계절과 지구가 태양에 가장 가까워지는 근일점의 시기를 변화시킨다. 약 23,000년의 주기를 가진다.
밀란코비치 주기
밀란코비치 주기는 제4기 빙기-간빙기 주기를 조율하는 핵심적인 박동조율기로 간주된다. 빙하의 성장은 북반구의 여름철 태양 복사 에너지가 약할 때 촉진된다. 여름이 서늘하면 겨울 동안 쌓인 눈이 충분히 녹지 않고 남아 누적되어 점차 빙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빙하의 후퇴(해빙)는 북반구 여름철 태양 복사 에너지가 강한 시기에 촉발되며, 이는 빙상의 융해를 가속한다.
'기후의 스위치' 자오선 역전 순환(MOC)
기후 시스템의 반응은 매우 비선형적이다. 초기의 미미한 궤도 변화는 강력한 양성 피드백(positive feedback) 메커니즘에 의해 증폭된다. 자오선 역전 순환(MOC)과 빙하기의 관계는 이러한 비선형적 반응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서로의 상태를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기후의 스위치’ 같은 관계에 있다. 핵심은 빙하가 녹은 대량의 민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자오선 역전 순환을 멈추게 하고, 이로 인해 북반구가 오히려 더욱 급격한 한랭 기후로 되돌아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장점 (고해상도): 빙상 코어는 최대 80만 년 전까지의 기후를 연 단위 또는 수십 년 단위의 매우 높은 정밀도로 알려주는 ‘단기 정밀 분석‘에 해당한다.
한계 (최대 연대): 약 80만 년보다 오래된 얼음은 지구 내부의 열(지열) 때문에 빙상 가장 밑바닥부터 녹아 사라져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또한, 오래된 기록일수록 깊은 얼음이 압축되어 정밀도가 점차 낮아진다.
출처:위키피디아
이 외에도 대표적인 양성 피드백으로 얼음-반사도 피드백(Ice-albedo feedback, 얼음이 줄면 반사율이 낮아져 온난화 가속)과 온실가스 피드백(Greenhouse gas feedback, 바다가 따뜻해지면 이산화탄소 방출)이 있다.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상 코어 기록은 제4기 기후에서 뚜렷한 ‘톱니(sawtooth)’ 패턴을 보여준다. 즉, 길고 점진적인 냉각 단계 이후에 급격하고 빠른 온난화 단계가 뒤따르는 패턴이다. 이 비대칭성은 느린 냉각이 밀란코비치 주기에 따른 점진적인 궤도 변화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인 반면, 급격한 온난화(빙기 종료)는 기후 시스템이 특정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발생하는 현상임을 시사한다. 이 임계점을 넘으면 얼음-반사도 효과와 온난해진 남쪽 바다로부터의 이산화탄소(CO2) 급격 방출과 같은 양성 피드백이 시스템을 장악하여, 궤도 변화 자체의 속도를 훨씬 뛰어넘는 폭주 온난화를 일으킨다. 이는 궤도 주기가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 역할을 하지만, 변화의 성격과 속도는 지구 시스템 내부의 피드백 메커니즘에 의해 결정됨을 보여준다.
기후 기록의 타임캡슐: 빙상 코어와 해양 퇴적물
과거 지구의 기후는 빙상 코어(대기 기록)와 해양 퇴적물(해양 기록)이라는 두 가지 핵심적인 타임캡슐을 통해 분석한다. 두 방법 모두 산소 동위원소(16O,18O) 비율을 측정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삼지만, 분석 가능한 시간의 길이와 정보의 정밀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여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된다.
빙상 코어 분석 (대기의 기록)
빙상 코어는 극지방에 내린 눈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얼음 기둥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기후가 추웠던 시기에는 무거운 산소(18O)가 극지방까지 이동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얼음 속18O의 비율이 낮게 나타난다. 즉, 빙상 코어에서는 18O 비율이 낮을수록 추운 기후를 의미한다.
빙하에서 채취한 아이스 코어
장점 (고해상도): 빙상 코어는 최대 80만 년 전까지의 기후를 연 단위 또는 수십 년 단위의 매우 높은 정밀도로 알려주는 ‘단기 정밀 분석‘에 해당한다.
한계 (최대 연대): 약 80만 년보다 오래된 얼음은 지구 내부의 열(지열) 때문에 빙상 가장 밑바닥부터 녹아 사라져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또한, 오래된 기록일수록 깊은 얼음이 압축되어 정밀도가 점차 낮아진다.
해양의 기록 해양 퇴적물 분석
해양 퇴적물 분석은 빙상 코어의 한계를 넘어 훨씬 먼 과거의 기후를 연구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다. 이는 심해 퇴적물 코어에 보존된 미세 해양 생물인 유공충(foraminifera)의 탄산칼슘(CaCO3) 껍데기를 분석하는 것을 핵심이다.
유공층
산소 동위원소 원리
이 방법의 원리는 물 분자의 증발 및 응축 과정에 있다. 가벼운 동위원소인 16O를 포함한 물 분자는 무거운 18O를 포함한 물 분자보다 더 쉽게 증발한다.
빙하기 (추운 기후): 증발한 수증기가 눈으로 내려 대륙 빙상에 갇힌다. 이 과정에서 가벼운 16O가 대륙 빙상에 대량으로 저장되므로, 남아있는 바닷물은 상대적으로 무거운 18O가 풍부해진다.
유공충 기록: 바닷물의 산소 동위원소 비율은 그대로 당시 살았던 유공충의 껍데기에 기록된다. 따라서 유공충 기록에서는18O 비율이 높을수록 추운 기후를 의미하며, 이는 빙상 코어의 해석과 정반대이다
해양 동위원소 스테이지(MIS)
유공충 껍데기의 산소 동위원소 비율( 18O)은 전 지구적 빙하량(global ice volume)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과학자들은 이 비율의 변화를 기준으로 과거 기후를 온난기와 한랭기가 교차하는 시기들로 구분했으며, 이를 해양 동위원소 스테이지(Marine Isotope Stage, MIS)라고 부른다.
장점 (장기 기록): 해저 퇴적층은 지열로 녹지 않고 수억 년 동안 쌓일 수 있어, 수천만 년 전의 기후까지 복원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빙상 코어로는 알 수 없는 ‘장기 추세 분석’에 결정적이다.
한계 (저해상도): 해저 퇴적물은 보통 1,000년에 수 cm 정도로 매우 천천히 쌓이기 때문에, 빙상 코어만큼 최근 기후를 상세하게 분석하기는 어렵다.
MIS 기록의 해석과 활용
MIS 기록은 제4기 동안의 전 지구적 기후 변화에 대한 연속적인 연대표를 제공한다. 관례에 따라, 홀수 번호의 스테이지(MIS 1, 5 등)는 따뜻한 간빙기를, 짝수 번호의 스테이지(MIS 2, 6 등)는 추운 빙기를 나타낸다. 현재는 MIS 1에 해당하며, 최종 빙기 극대기는 MIS 2, 그리고 마지막 주요 간빙기는 MIS 5e에 해당한다. 오늘날 우리는 MIS 5e 간빙기에 살고 있다.
이 MIS 연대표는 북미의 ‘위스콘신’ 빙기나 유럽의 ‘뷔름’ 빙기처럼 각기 다른 지역적 명칭을 가진 빙하 기록들을 하나의 통일된 틀 안에서 비교하고 정렬하는 전 지구적 표준 척도로 사용된다.
MIS 연대표
MIS 연대표는 제4기 기후 사건들을 전 지구적으로 비교하는 표준 척도가 되었다. 이를 통해 종종 불연속적이고 지역적 명칭을 가진 각 대륙의 빙하 기록들을 하나의 통일된 틀 안에서 정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북미의 ‘위스콘신’ 빙기, 알프스의 ‘뷔름’ 빙기, 북유럽의 ‘바이셀’ 빙기는 모두 MIS 2, 3, 4에 해당하는 한랭기에 해당한다. 그 이전의 따뜻했던 간빙기(북미의 ‘상가몬’ 간빙기, 유럽의 ‘에미안’ 간빙기)는 MIS 5e에 해당한다.
단위:천년
| MIS 단계 | 시작 | 종료 | 지속기간 | 기후상태 | 북미 지역명 | 알프스 지역명 | 북유럽 지역명 |
|---|---|---|---|---|---|---|---|
| MIS 1 | 14 | 0 | 14 | 간빙기 | 홀로세 | 홀로세 | 플랑드르 |
| MIS 2 | 29 | 14 | 15 | 빙기(LGM) | 위스콘신 | 뷔름 | 바이셀 |
| MIS 3 | 57 | 29 | 28 | 아간빙기 | 중기 위스콘신 | 중기 뷔름 | 중기 바이셀 |
| MIS 4 | 71 | 57 | 14 | 빙기 | 초기 위스콘신 | 초기 뷔름 | 초기 바이셀 |
| MIS 5 | 130 | 71 | 59 | 간빙기 | 상가몬 | 리스-뷔름 | 에미안 |
| MIS 5a | 82 | 71 | 11 | 아간빙기 | |||
| MIS 5b | 87 | 82 | 5 | 아빙기 | |||
| MIS 5c | 96 | 87 | 9 | 아간빙기 | |||
| MIS 5d | 109 | 96 | 13 | 아빙기 | |||
| MIS 5e | 123 | 109 | 14 | 간빙기 정점 | |||
| MIS 6 | 191 | 130 | 61 | 빙기 | 일리노이 | 리스 | 잘레 |
| MIS 7 | 243 | 191 | 52 | 간빙기 | |||
| MIS 8 | 300 | 243 | 57 | 빙기 | |||
| MIS 9 | 337 | 300 | 37 | 간빙기 | 민델-리스 | 홀슈타인 | |
| MIS 10 | 374 | 337 | 37 | 빙기 | 민델 | ||
| MIS 11 | 424 | 374 | 50 | 간빙기 | 혹스니안 | ||
| MIS 12 | 478 | 424 | 54 | 빙기 | 민델 | 엘스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