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택(遼澤)
113만 수나라 대군과 당 태종의 발목을 잡았던 고대 요하의 늪, 요택. 서울 면적의 5배에 달했던 내륙의 바다와 그 안쪽으로 100km 가까이 펼쳐진 진흙의 장벽은 단순한 늪이 아니라 고구려를 지키는 천연 요새였다.
요택에 대하여 알아보기
중국 랴오닝성 홍해탄(Red Beach) 요택(遼澤) 요택(遼澤)은 글자 그대로 요하(遼河)의 늪을 의미한다. 하지만 과거 이 땅을 침공했던 수(隋)나라와 당(唐)나라 군대(軍隊)에게 이곳은 단순한 습지(濕地)가 …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수많은 병사를 집어삼켰던 그 험난했던 늪지대는 도대체 언제,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지금의 지도에는 언제부터 단단한 땅과 도시가 자리 잡고 있을까? 요택의 지형 변화는 지질학적 시간과 인간의 역사가 맞물려 빚어낸 드라마틱한 결과물이다.
역사의 전환점: 19세기까지 서울의 3배였던 바다
놀라운 점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해안선이 내륙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이다.
GIS(지리정보시스템) 분석 결과에 따르면,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기 전인 1820년 시점까지도 오늘날의 해안선보다 내륙 안쪽으로 들어와 있던 바다의 면적은 약 1,814㎢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서울시(약 605㎢)의 딱 3배에 해당하는 크기다.
서울 면적 5배에 달하는 바다가 내륙에 들어와 있었는데,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퇴적 작용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19세기까지 여전히 서울 3개 크기의 바다가 내륙을 덮고 있었던 것이다.
수천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요택이 이렇게 보존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정책 때문이었다.
본래 청(淸)나라는 자신들의 발상지인 만주 지역을 신성하게 여겼다. 그래서 타민족(주로 한족)이 들어와 살지 못하도록 출입을 엄격히 금지했는데, 이것이 바로 봉금령(封禁令)이다. 이 강력한 통제 덕분에 요택은 19세기 초반까지도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채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세기 말, 상황이 급변한다. 청나라의 국력이 쇠퇴하고 러시아의 위협이 커지자, 청 정부는 국경 방어와 세수 확보를 위해 굳게 닫았던 빗장을 풀게 된다.
1820년대 요택
붉은 Dot=유전, 회색 Dot=댐, 클릭하면 정보가 나옵니다.
이때 산둥(山東) 등지에서 기근에 시달리던 수많은 빈민이 살길을 찾아 만주로 쇄도했다. 이를 역사적으로 틈관동(闖關東, Chuang Guandong)이라 부른다. 글자 그대로 만주로 가는 관문인 산해관(山海關) 동쪽으로 뚫고 들어간다는 뜻의 대규모 이주 물결이었다. 생존을 위해 몰려든 이주민들은 늪의 물을 빼고 개간(開墾)하여 농경지를 만들기 시작했고, 1820년까지도 서울의 3배 크기로 남아있던 습지는 이때부터 급격히 육지로 변모했다.
현대의 쐐기: 댐 건설과 유전 개발
20세기에 들어서며 인간은 자연의 물길 자체를 통제하기 시작한다. 특히 상류에 건설된 대형 댐들은 요택으로 유입되던 물과 토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대표적인 것이 1960년 서요하(West Liao River) 상류에 건설된 홍산댐(Hongshan Dam, 紅山水庫)이다. 이어 동요하(East Liao River) 상류에도 이룡산댐(Erlongshan Dam) 등 다목적 댐들이 연이어 들어섰다. 이 콘크리트 장벽들은 하류로 흐르는 물의 양을 조절하여 상습적인 범람을 막았고, 결과적으로 습지의 수분을 말려버리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요하강 주변댐과 유전
여기에 1960년대 이후 요하 유전(Liaohe Oilfield)이 개발되면서 쐐기를 박았다. 땅속에 매장된 원유를 퍼 올리기 위해 늪지대 위에 도로를 깔고 기반 시설을 세우면서, 요택은 완전히 단단한 육지가 되었다.
사라진 요택, 남겨진 홍해탄
결론적으로, 지금 우리가 지도에서 보는 랴오닝성 판진(盤錦)시의 넓은 평야와 곧게 뻗은 해안선은 불과 100여 년 사이에 완성된 것이다. 고구려를 지켜주었던 그 광활한 자연 방어선은 인간의 생존 본능(개간)과 산업화(댐, 유전) 앞에서 자취를 감췄다.
오늘날 관광객들이 찾는 붉은 홍해탄(Red Beach)의 습지는 거대했던 고대 요택의 마지막 흔적이자,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최전선에 가까스로 남겨진 생태계의 조각인 셈이다.